[구텐모르겐④] 태극전사 향한 압박, 조금 더 기다려줬으면…

입력 2018-06-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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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이뤄진 태극전사들의 사전훈련캠프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12시간의 비행과 6시간에 달한 육로이동 끝에 도착한 레오강에서 축구국가대표팀은 4일(한국시간)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아직은 하루가 더 남았으니 마침표가 찍힌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표현처럼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여정이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대표팀에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특히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정우영(29·빗셀 고베)을 둘러싼 해프닝은 아마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볼리비아 평가전을 마친 뒤 둘은 온라인상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 있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말다툼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TV중계 일부 동영상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대표팀은 뒤숭숭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손흥민은 불화를 일으킨 나쁜 후배, 정우영은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닌 후배를 보듬지 못하는 너그럽지 않은 선배가 됐습니다.


결국 알려졌다시피 해프닝이었습니다. 논란이 될 만한 장면만 편집한 영상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도전을 앞둔 대표팀에게 치명적인 사태가 될 뻔 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솔직히 태극전사들은 요즘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편할 수 없습니다. 모두의 성원과 격려를 받아도 부족할 판에 온갖 조소와 조롱, 비난을 위한 비난이 가득한 현실에서 어떻게 힘을 낼까요. 온라인 세상을 들여다보면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3전 전패를 기원(?)하는 건 차라리 애교 수준입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한가득 찾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 걸린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부모와 친지로부터 ‘반드시 넌 시험을 망칠거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대표팀과 동행중인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이런 말을 조심히 꺼냈습니다. “선수단이 대단한 압박을 받는다. 너무 짓눌려있다. 끝까지 신뢰하고 격려했으면 한다.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자긍심이다. 대표팀에게 평생 남을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못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못할 것이라 미리 저주할 필요는 더욱 없습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태극전사들을 묵묵하게 응원하고 지켜보면 어떨까요. 다가올 며칠은 충분히 참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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