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강 희망캠프] ‘열망과 부담’ 캡틴, 기성용의 세 번째 월드컵은?

입력 2018-06-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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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기성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동료들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농담을 할 때에도 표정은 딱딱했다. 어지간해서는 미소를 짓지 않았고, 멀찍이 거리를 두고 홀로 있을 때가 많았다. 대신 팀을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할 때는 물러서지 않았다. 항상 맨 앞에 있었고, 그라운드 리더의 역할에 충실했다.


축구국가대표팀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1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마무리 된 사전훈련캠프 내내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 아직 시기를 확정한 건 아니지만 기성용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꾼다. 오랜 유럽생활, 경력을 더할수록 그의 몸이 버텨줄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그만큼 절박하고 애절하다. 주장이기에 더욱 잘 해내고 싶다.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진행된 4일 첫 훈련이 끝난 뒤 태극전사들을 불러놓고 한참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도 그래서다. 다소 들떠 있던 분위기가 이날 코칭스태프 없이 이뤄진 20여분의 자체미팅 이후 차분해졌다. 10일 훈련을 마친 뒤에도 둥글게 모여 선 동료들과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기성용의 생각은 분명하다. “월드컵은 놀러가는 곳이 아니다.” 짧지만 분명한 코멘트에는 뼈가 담겨 있다. 생애 처음 출격한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궜으나 2014년 브라질대회에서 1무2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었다. 그저 할 수 있다는 생각, 막연한 자신감이 토너먼트 진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축구대표팀 기성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다시 4년이 흘러 찾아온 월드컵이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에 출전할수록 중압감은 늘어났다. 더욱이 오스트리아로 건너오기 전 국내에서 진행된 훈련 일부를 소화하지 못해 가슴이 답답했다.


레오강에서 전술훈련과 체력훈련 틈틈이 별도의 프로그램에 따라 회복훈련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항상 진지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 절절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볼리비아 평가전을 0-0으로 마치고 기성용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잘하겠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이제는 더할 이야기도 없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주변을 더욱 짠하게 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사력을 다했다.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후회나 미련은 없다. 훈련 말미에는 따로 페널티킥(PK) 연습을 하며 감각을 높여갔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PK를 성공한 사례가 없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얻은 두 차례 PK는 모두 놓쳤다. 가장 부담스러운 순간, 리더가 직접 출격한다.


오스트리아 캠프를 마친 대표팀은 12일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스웨덴과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18일·니즈니 노브고로드)까지 채 일주도 남지 않았다. 통산 102번째 A매치를 앞둔 기성용의 러시아 여정은 어떻게 열릴까. 운명의 시계는 쉼 없이 돌아간다.


※ 네이버·다음에서 ‘스타저장소’를 검색하면 ‘남장현의 월드컵 직캠’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레오강(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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