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모르겐⑤] 하늘이 도왔던 신태용호의 오스트리아 캠프

입력 2018-06-1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에 나설 국가대표팀의 사전훈련캠프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영국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여러 지역을 후보로 놓고 하나하나 추려나갔고, 그렇게 최종 낙점된 지역이 알프스 산자락의 시골마을 레오강입니다. 잘츠부르크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이곳은 스키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 여름철인 6~7월은 아주 조용하고 한산합니다. 축구에 전념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더욱이 러시아와 시차도 한 시간에 불과하고 기온도 비슷한데다, 해가 길어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큰 걱정이 있었습니다. 6월 날씨였습니다. 레오강 지역의 기상이 나쁠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답니다. 기습성 강우와 폭우가 캠프기간 내내 예보됐습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에 머문 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기후와 싸워야 했습니다. 높은 습도와 폭우로 정상 훈련이 불가능했습니다. 고열과 감기몸살에 지친 선수들은 대회 내내 무기력했고, 결국 초라하게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캠프를 앞둔 협회 담당자들의 걱정은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태극전사들이 비를 맞고 훈련한 것은 딱 하루였습니다. 그나마도 살짝 몸을 적신 수준? 아침에는 자욱한 산안개로 찌푸린 하늘도 훈련시간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개었고, 선선한 바람까지 선물했습니다. 그 덕에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선수단은 아주 쾌적한 열흘의 강화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8년 전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대표팀은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훈련캠프를 차렸습니다. 알프스 고지대에서 심신을 정비한 ‘허정무호’는 대단한 성과를 냈습니다. 하늘까지 도운 올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깁니다. 걱정도 일부 있지만 막판 준비만 잘 하면 정말 큰일을 낼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부디 이 느낌이 적중하길 바라며 잠시 머물렀던 레오강을 떠납니다.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