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①] 백야로 잠 못 드는 밤, 기쁜 불면의 밤을 선물받았으면

입력 2018-06-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만년설이 보이는 알프스 산자락과 푸르른 숲이 장관을 연출한 오스트리아 레오강을 떠나 월드컵 전초기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습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여기서 몸과 마음을 정비하며 러시아 도시 세 곳(니즈니노브고로드~로스토프나도누~카잔)을 오가며 조별리그 일정을 소화합니다.


첫날부터 불면이 시작됐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차를 한 잔 끓여 마친 뒤 침대에 몸을 뉘여도 오히려 정신은 말똥말똥 합니다. 오스트리아보다 한 시간 빠른 러시아, 솔직히 시차의 영향은 아닌 듯 합니다. 그저 멀리서 말로만 듣던 백야의 영향을 받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레오강에서도 대낮처럼 밝아 인근 언덕을 산책하던 오후 9시를 경험하긴 했습니다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새벽 한시가 넘어 숙소 창가의 암막커튼을 젖히니 여전히 어두운 파란빛을 띄는 하늘과 살짝 깔린 구름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새벽녘이 되도록 잠을 못자는 이유가 그저 백야 탓만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긴장 반 설렘 반. 날짜를 조금씩 달리해 이곳에 도착한 모두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찾아올까 기다려왔던 결전의 순간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TV를 켜보니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대회 주요경기 하이라이트부터 이번 대회 빅 매치 예고, 각 도시와 스타디움 소개, 이번 월드컵을 빛낼 스타들의 A매치 활약상 등 내용도 주제도 아주 알찹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정한 세계 3대 폭포로 유명한 관광지 포스 두 이구아수를 방문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구아수에서는 월드컵을 조금도 실감할 수 없었던 반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회 개최도시답게 거리 곳곳에 홍보물이 부착돼 있고 월드컵 로고가 선명한 대형 플래카드를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숙소 로비에도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올해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입한 팬 ID카드를 목에 건 외국 팬들과도 많이 마주쳤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입니다. 월드컵이 임박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오늘 제대로 잠을 자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많은 잠을 청할 여유도 없습니다. 점점 더 바빠질 테니까요. 다만 태극전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돌아오는 월요일(18일) 벅찬 기쁨에 취해 또 한 번 불면의 밤을 기분 좋게 보내게 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