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러시아 리포트] 신태용호, 멀티 능력자들이 연출할 환상의 트릭

입력 2018-06-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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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신태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8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이 최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사전훈련캠프를 진행했을 때 가장 강렬하게 등장한 단어가 ‘트릭(속임수)’이었다.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볼리비아 평가전(0-0) 직후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당시 투 톱으로 출격한 김신욱(30·전북 현대)~황희찬(22·잘츠부르크) 조합에 대해 “트릭으로 보면 된다”는 코멘트를 남겨 큰 화제를 뿌렸다.


일각에서는 신 감독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표현으로 괜한 오해를 사게 됐다고 했지만 상당한 흥미를 남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반대로 상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럽다. 특정 사안에 대해 ‘트릭’을 언급한 순간 더 이상 ‘트릭’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 반면, 정말 ‘트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오강을 떠나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가 포메이션과 베스트 라인업이다. 신 감독은 러시아에 입성한 뒤에도 “우리의 카드를 공개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최종엔트리(23명) 중에서 선발 출전자들이 나온다는 사실”이라며 ‘연막 작전’을 폈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 언론들은 대표팀의 예상 포메이션을 2가지 이상 정리하곤 한다.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투 톱을 앞세운 4-4-2 포메이션의 스웨덴전(조별리그 F조 1차전 18일·니즈니노브고로드)에 대비해 우리가 스리백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일련의 실전 시리즈를 통해 포백(4-4-2)이 다시 등장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처럼 대표팀이 유기적인 전략 변화가 가능한 것은 멀티 자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확실한 역할을 잡지 못했다면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어야 생존 한다”는 게 신 감독의 지론이다. 프로 팀을 이끌었을 때도,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멀티 능력을 항상 강조해왔다.


이재성(26전북 현대)~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윙어를,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도 전방과 윙 포워드를 책임질 수 있다. 김민우(28)~홍철(28·이상 상주 상무)~고요한(30·FC서울)도 멀티 플레이어다. 당연히 4-4-2와 4-3-3, 3-4-1-2 등 포메이션에 따른 역할이 전혀 다르다.


결전이 임박했음에도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가동할 포메이션과 전략은 여전히 물음표다. 스웨덴 얀 안데르센 감독은 “한국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말로 짐짓 여유를 부렸으나 현지 언론들은 “한국은 윤곽만 살짝 나왔을 뿐, 뚜렷한 부분이 없다.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실이라면 스웨덴을 파헤치고 있는 우리가 정보전에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멀티 능력자들이 연출할 트릭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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