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기대와 부담 사이’ 손흥민에게 월드컵이란?

입력 2018-06-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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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의 일거수일투족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큰 부담감이 손흥민을 짓누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4년 전 브라질에서 겪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무엇을 해도 이목이 집중된다. 작은 손동작, 가벼운 미소만 지어도 주변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인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주위를 둘러싼 취재진은 귀를 쫑긋 세운다. 잘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칭찬이 쏟아지고, 조금만 부진해도 상상 이상의 비난이 쇄도한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은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다. 분분한 평가 못지않게 전망 역시 제각각이다. 긍정적인 칭찬도 많지만 냉랭한 시선도 있다. 최근 독일의 축구전문매체 키커는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을 갖춘 손흥민은 자국 대표팀에서는 딱히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손흥민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폭발적인 활약을 펼쳐야 대표팀이 비상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에 나선 대표팀은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원정 두 번째 토너먼트 라운드 진입을 노려볼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맞설 스웨덴(한국시간 18일·니즈니노브고로드)~멕시코(24일·로스토프나도누)~독일(27일·카잔)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췄다.


손흥민의 어깨가 무겁다. 팀 훈련이나 공항에서 이동할 때 종종 웃음을 지어보이지만 마냥 밝은 얼굴은 아니다. 그에게 월드컵은 정말 두렵고 무서운 무대다. 4년 전 브라질 대회는 그저 설레기만 했다. 뭔가 큰 사고를 칠 것만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공포심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최약체였다. 러시아와 1차전만 비겼을 뿐 알제리~벨기에를 만나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알제리전에서 골 맛을 보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오른 지금은 그러한 감정은 없다. 중압감만 가득하다.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지막 훈련에 매진 중인 손흥민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자신감이 없지는 않지만 걱정과 기대가 더 많다”고 했다.


자칫 3전 전패를 당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훨씬 많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칠 수 있기를 바라는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욕심이 큰 손흥민에게 ‘졌잘싸’는 존재할 수 없는 단어다. 못하면 지는 것이고, 잘하면 이겨야 한다. 운도 실력을 갖춰야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브라질에서 손흥민은 기대주였지만 러시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에이스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한 결과다. 월드컵에서도 그와 한국축구가 한 걸음 성장했음을 증명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흘리는 땀방울과 각종 영상자료들을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 못지않게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굉장히 많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흔치 않은 기회다. 여기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이 굉장히 많다. 평범한 A매치가 아니다. 정말 잘 준비하고, 잘 싸우자”겠다고 마음 속 굳은 다짐을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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