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잠 못 이루는 밤

입력 2018-06-15 08: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러시아 축구팬들이 15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을 관전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경기장 일대는 온통 ‘러시아’를 외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진|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러시아는 백야 현상으로 유명한 나라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오후 10시가 되서야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다. 또한 새벽 2~3시경이면 해가 뜬다. 낮이 길고 밤이 짧다보니 이를 처음 경험하는 여행객들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잠 부족은 흔히 있어나는 일이다.

러시아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공식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맞아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당초 러시아 국민들은 월드컵 개최국임에도 팀 전력이 강하지 않다보니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그 와중에 예상 밖의 대승을 거두자 모스크바 전역은 난리가 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팬 페스트 장소인 ‘참새언덕’은 경기가 끝난 이후 3~4시간이 지나도록 응원전이 이어졌다. 공원, 지하철 등에서 ‘러시아’를 외치는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지하철 1호선 내부에 마련된 간이 모니터에도 러시아의 승리를 알리는 문구가 나왔다. TV도 온갖 개막전 이야기뿐이었다. 이날만큼은 잠 걱정 자체를 잊은 듯 했다.

개막전에서 2골을 기록하면서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데니스 체리세프(비야레알)는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모스크바는 백야 현상으로 인해 24시간 영업하는 술집, 카페가 많다. 늦은 시간에는 대부분 여행객으로 채워지지만 이날은 달랐다.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걷던 한 러시아 축구팬은 브라질 축구팬이 지나가자 ‘토너먼트에서 만나자’며 축구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밤이 됐다.

모스크바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