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③] 대한민국, 이란처럼 아시아 자존심을 지켜줘요!

입력 2018-06-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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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미팅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2018러시아월드컵에 도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들입니다. 4년 주기의 월드컵 초청장은 지구촌을 통틀어 32장, 이 중 아시아 대륙은 4장에서 5장까지 확보할 수 있고, 올해는 호주가 대륙간 플레이오프(PO)를 통과해 5장을 전부 챙겼습니다.


그러나 외부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후한(?) 처우를 받는다는 것이 이유랍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강호들이 탈락할 정도로 유럽 예선은 타이트한 반면, 아시아는 치열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오히려 유럽과 남미 강호들이 최대한 많이 나설 수 있도록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대륙의 출전국들을 제한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회개막 전, 러시아 국영채널의 스포츠 프로그램 패널로 나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제 무리뉴(포르투갈) 감독은 우리가 속한 F조 판세를 독일~멕시코 순으로 꼽았답니다. 각종 스포츠베팅 업체들이 내건 우승 배당률도 한국은 굉장히 높게 책정됐습니다. 그만큼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입니다.


대회 개막전으로 열린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은 가뜩이나 회의적인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습니다. 사우디의 0-5 대패. 아시아 4개국이 3무9패(9골·25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조별리그에서 전멸한 4년 전 브라질대회가 다시금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훈련중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태극전사들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이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로 향하기 하루 전(한국시간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모로코의 B조 첫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특정 팀을 응원하지 않아도 될 입장이었지만 자연히 이란을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그간 이란이 얼마나 우릴 괴롭혔는데, 존재만으로 애증덩어리인데…. 그럼에도 이란이 짜릿한 승리를 챙기자 흐뭇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차례입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로 껴안고 눈물을 훔쳐대며 기뻐한 이란 기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시무룩한 표정의 모로코 취재진과 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린 저렇게 되지 않겠지?”라며 국내 타 매체 동료에게 되물었던 것도 기억나네요.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전력이 약하다고 이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사우디의 패배를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란이 먼저 굴욕의 ‘아시아 무승 사슬’을 끊었지만 우리도 여기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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