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재성-승우, 독일의 녹슨 중원을 흔들어라!

입력 2018-06-26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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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26·전북 현대)과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는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은 태극전사였다. 각자의 동기부여도 뚜렷했다. 형은 오랫동안 가슴에 품은 유럽 진출의 꿈이 있었고, 동생은 쟁쟁한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대회 조별리그 F조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올-인(All-In)‘을 외쳤던 스웨덴과 1차전에서 0-1로 패한데 이어 멕시코와의 2차전마저 1-2로 무릎을 꿇었다. 2전패. 축구국가대표팀의 전방을 책임지는 둘은 뭔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다행히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멕시코에 패한 날, 독일이 스웨덴을 2-1로 격침시키면서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찬스가 열렸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는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27일(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제친다면 2010년 남아공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이재성은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이 믿고 쓰는 ‘다용도’ 공격 옵션이다. 윙 포워드와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필요에 따라 최전방까지 올라설 수 있다. 특히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끝난 멕시코와 2차전에서 이재성은 3가지 포지션을 전부 뛰었다. 스트라이커에 이어 벤치의 교체 상황에 따라 중앙과 측면을 채웠다.

그런데 소득은 없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저 열심히 뛰고 많이 움직이는 정도로 유럽 스카우트를 만족시킬 수 없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 특급 스타들 모두가 사력을 다하는 무대가 월드컵이다. 지극히 적은 찬스나마 살려내는 센스와 결정력이 필요하다. 스트라이커로 포진했던 멕시코전에서 이재성은 팀이 시도한 17차례 슛 가운데 2회를 기록했을 뿐이다. 평소에도 지나치게 슛을 아끼는 모습으로 ‘소녀 슛’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로선 좀더 욕심을 부려야 한다. “월드컵에서는 보다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모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주로 측면 날개로 나서는 이승우도 마찬가지다. 스프린트와 저돌적인 움직임이 전부는 아니다. 후반 분위기를 바꿔놓을 조커로 나서든, 선발로 출격하든 연령별 대표팀에서 보여준 파괴적인 몸놀림을 펼쳐야 한다.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빠른 발과 특유의 센스로 상대 수비라인을 헤집으며 슛까지 날리는 플레이를 해야 주변의 동료들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을 향한 집중 견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2선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독일은 강하다. 쟁쟁한 이름값 높은 스타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넘지 못할 산은 결코 아니다. 폭발적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상대에 특히 약하다. 한껏 움츠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때가 됐을 때 과감히 질주하는 역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메수트 외질(아스널)~율리안 드락슬러(파리 생제르맹)~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 전차군단의 중원은 충분히 극복할 만 하다. 외곽에서 방향을 바꿔 안으로 침투하거나 위치를 전환하는 스위치 플레이를 자주 시도하면 벽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정말 마지막까지 왔다. 운명의 날이다. 기적도 모두가 제 역할을 120% 수행해야 바랄 수 있다. 독일전도 맥없이 흘려보내면 한국축구는 4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우리가 월드컵에 다시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재성과 이승우도 예외가 아니다.

카잔(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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