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2017년의 KIA는 정규시즌 내내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는 팀이었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주축 타선이 1년 내내 맹활약을 펼쳐 팀의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신인 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비집고 들어갈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호랑이 군단의 사정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쳐지면서 주전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기존에 그렸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다시 구상되지 않자 팀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잘 나갔던 시즌 초반 승수 쌓기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7월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여전히 5할 싸움과 중위권 다툼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러 악재 중에서도 KIA에게 가장 뼈아픈 점은 베테랑들의 부진이다. 이범호, 김주찬이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 대에 머물러 있고, 부진이 계속됐던 나지완 역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 몫을 ‘해줬던’ 선수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자 팀 성적 또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KIA의 덕아웃 변화는 주축들의 부진 속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과정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간 이들에게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천금같은 기회다. 누차 거론되는 ‘해줘야 할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김기태 감독은 이런 팀 사정 속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감독은 27일 인천 SK전에 앞서 “이제는 누구를 올리는가 보다 누구를 빼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 우승에 크게 일조한 마무리투수 김세현의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김 감독은 “지금 상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비단 김세현만을 향한 일침은 아니었다. 베테랑들의 총체적인 부진에 대해 김 감독이 나름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KIA는 팀 사정상 여러모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제는 누구도 확실한 주전이라고 말 할 수 없다. 김 감독의 메시지는 과연 베테랑들에게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작은 틈을 무섭게 노리는 신예들의 기회만 많아질 것인가. 호랑이 군단의 전반기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