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2점대 ERA 2명뿐, KBO리그의 현실
21일까지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4.98로 5점대에 가깝다. 2점대 ERA를 기록 중인 투수는 헨리 소사(2.67·LG)와 조쉬 린드블럼(2.87·두산)의 두 명이 전부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투수다. 3점대 ERA를 기록 중인 투수로 범위를 넓혀도 8명으로 10명이 채 안 된다. 이 가운데 국내 투수는 양현종(3.50·KIA)이 유일하다. 오히려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의 기준만 지켜줘도 ‘좋은 선발투수’라는 소리를 듣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한국 야구가 프로 선수들로 꾸려진 국제대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타자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22일 “투수들의 기량 발전에는 한계가 있지만, 타자들은 기술과 장비의 발전에 따라 날이 갈수록 기량이 상승한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투고타저의 NPB는 어떨까
일본프로야구(NPB)는 전형적인 투고타저의 리그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PL)와 센트럴리그(CL)를 통틀어 리그 평균자책점이 3.97로 KBO리그의 그것보다 1점 이상 좋다. 2점대 ERA를 기록 중인 선발투수도 총 9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순수 국내파다. 아즈마 가즈키(DeNA·2.72)와 우와사와 나오유키(니혼햄·2.45)는 각각 23, 24세로 향후 15년을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뛰어난 데다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그러다 보니 투구수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이닝 소화능력은 상승한다. 오히려 타자들이 투수를 이기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병행하는 형국이다. 혹자는 이를 일본의 6인 선발로테이션에 따른 체력관리가 만든 결과라고 하지만, 체력과 기술은 다른 문제다.
‘위닝 피칭’은 리그의 성향과 관계없이 투수의 능력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타격 기술의 발전은 한국과 일본 모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투수들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NPB에 정통한 한 야구인은 “NPB의 신인 투수들은 입단 첫해부터 보직을 정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그만큼 빨리 성장하고, 1군에 정착하는 시기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