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1998년 12월 16일 한국야구는 아시안게임(AG)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성노 감독이 이끈 야구 대표팀은 1998방콕AG에 처음으로 13명의 프로선수가 포함된 대표팀을 구성, 막강한 전력으로 6전 전승 금메달에 성공했다.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지기 약 5개월 앞선 8월 20일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바로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다.
20년 후 2018년자카르타-팔렘방AG에 이정후가 당당히 실력으로 대표팀에 선발돼 테이블 세터의 중책을 맡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선동열 대표팀 감독과 아버지 이종범 대표팀 주루 코치가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함께 뛰고 있을 때다. 선 감독은 “일본에서 정후를 처음 봤다. 작은 아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뛰어난 선수가 되리라 생각도 못 했다”며 웃는다. 이종범 코치는 “(2017년 프로에 입단했을 때) 팀에서 주전으로 뛰기 위해서는 몇 해 더 성장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만 20세 나이로 프로 2년차에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AG로 리그가 중단될 때까지 타율 0.378로 KBO리그 모든 타자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타자가 아니지만 OPS는 0.934에 달했다. 좌·우 투수 모두에게 강하고 특정 코스에 약점이 없는 유연한 스윙이 강점이다. 루키 시즌에는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쓰며 신인왕도 차지했다.
선동열 감독은 26일 대만과 AG야구 B조 첫 경기를 앞두고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변동이 될 수 있지만 이정후가 테이블세터 혹은 리드오프후보다.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이승엽(은퇴) 등 중심타자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이용규, 정근우(이상 한화 이글스)로 대표되는 승부욕이 강하고 정교한 타자들이 국제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번 AG 대표팀은 앞으로 이어질 2020도쿄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WBC)을 위한 세대교체과정에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정후가 새로운 야구대표팀의 돌격대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선 감독은 이정후와 짝을 이룰 테이블세터로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을 꼽았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