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빼어난 기량도, 훈훈한 외모도 그대로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28)에겐 공백기의 흔적이 없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정수빈의 복귀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다. 16일까지 8경기서 홈런 2개를 포함해 10안타 11타점으로 타율(0.370)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1·9번 타순을 오가면서 팀 타선의 짜임새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무뚝뚝한 김태형 감독도 “라인업 고민이 없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릴 정도다. 정수빈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면서도 “동료들이 워낙 잘하니 적당히 해서는 존재감을 보여줄 수 없다.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175㎝의 아담한(?) 체구를 지녔지만, 방망이의 폭발력은 몸집 큰 타자들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16일 잠실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정수빈은 중요한 순간 안타를 뽑아 팀의 5-1 승리를 결정지었다. 양 팀은 6회 초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는데, 정수빈이 2사 2·3루 상황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 균형을 깼다. 여기서부터 두산의 질주가 시작됐다. 허경민~최주환의 후속타가 연달아 터졌고, 두산은 6회에만 4점을 뽑았다.
복귀 후 성적이 준수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여러모로 정수빈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들의 수가 늘어난 까닭이다. 돋보이는 실력과 외모를 두루 겸비한 그에겐 오래도록 ‘잠실 아이돌’이란 애칭이 뒤따랐는데 최근엔 박치국, 함덕주, 이영하 등의 어린 투수들이 차례로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정수빈은 “이제 아이돌이라는 호칭은 부끄럽다. 나이가 들었으니 잠실 할아버지라고 불려야할 것 같다”면서 “요즘 어린 친구들이 야구도 잘하고, 얼굴까지 잘생겼다. 특히 치국이와 덕주가 정말 인기가 많더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서운한 일은 따로 있다. 육성만으로도 잠실을 가득 메우던 정수빈의 응원가는 저작권 문제로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됐다. 응원가를 듣는 선수도, 부르는 팬도 아쉬울 따름이다. 그는 “복귀 후 첫 타석에선 경기에 집중하느라 새 응원가를 듣지 못했는데, 나중에 찾아 들어보니 나쁘지 않더라. 기존 응원가가 워낙 좋아 어떤 곡이라도 비교가 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덧붙여 “경찰청에 있을 때 팬들이 주말마다 2~30명씩 찾아와 아주 가까이서 응원가를 불러주셨다. 워낙 경기장이 작아 색다른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정말 감사했다”고 자신의 진심도 전했다.
정수빈은 조급하지 않다. 일찌감치 2년 뒤까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지금처럼 꾸준한 모습으로 빨리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올해도 중요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이 더 중요하다. 올 시즌 잔여 경기는 앞으로 내가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부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