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시즌 개막특집 ⑦ 한국전력 전력 분석

입력 2018-10-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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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김철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주포’ 전광인(27)이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팀을 떠났다. 그를 대신할 미래 자원으로 꼽혔던 김인혁(23) 역시 사실상 배구를 그만 둔 상황이고, 외국인 선수마저 개막을 앞두고 태업성 플레이로 방출됐다. 2018~2019시즌을 앞둔 한국전력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부임 2년차를 맞은 김철수 감독은 여전히 땀의 가치를 믿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S급 선수 한 명 편중보다는 A급 선수 여럿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한 번 흐름을 탄다면 봄 배구까지도 도약할 수 있다는 각오다.

사이먼 헐치(가운데). 사진제공|KOVO


● “훈련은 하기 싫은데 돈은 받고 싶다?”

외국인 선수 조각도 시작부터 삐걱였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사이먼 헐치(26)를 지명했다. 206㎝의 장신에 독일, 이탈리아에서 7년간 선수생활을 한 경력에 기대를 걸었다. 메디컬테스트 당시 무릎에 건염이 발견됐지만 이는 배구선수들의 직업병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문제는 몸 상태가 아닌 태도였다. 8월 말 팀에 합류했지만 훈련 및 경기를 소화할 몸을 만들어오지 않았다. 점프나 스파이크 동작에서 국내 선수들의 의아함을 자아낼 수준이었다. 김철수 감독은 시간을 두고 몸부터 만들자고 주문했으나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사이먼의 요구는 “경기 출장이나 훈련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이 팀에 계속 남고 싶다”는 내용과 다를 바 없었다. 이를 들어준다면 한국전력은 구단이 아닌 자선기업이다. 결국 사이먼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김철수 감독은 “지난 시즌 중요한 시점에 펠리페가 부상으로 빠졌다. 차라리 개막하기 전에 팀을 떠난다면 우리로서도 대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이먼의 자리는 아텀 수시코(독일·203㎝)가 채운다. 한국전력은 10일 아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독일 리그의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이적료가 발생했지만, 그만큼 몸이 완성돼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철수 감독은 “현 시점에서 데려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원이었다. 호흡이 중요하다. 1라운드 개막전부터 출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인(맨 왼쪽). 스포츠동아DB


● 팀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떠나다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국내 자원들도 속을 썩였다. 2013~2014시즌 입단 직후부터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한 전광인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3년 총액 15억 원에 현대캐피탈로 떠났다.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 한국전력에게 적잖은 생채기를 남겼다.

향후 그를 대신해 팀의 간판으로 키울 계획이던 김인혁도 사실상 배구를 그만뒀다. 김인혁은 일본 전지훈련을 마친 직후 “배구를 그만하고 싶다. 리폼 디자이너가 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지난 시즌 입단한 김인혁은 첫 시즌부터 서재덕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핵심 자원으로 도약했다. 올해 컵대회에서도 3경기 37득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배구에 마음이 떴다. ‘강한 훈련 강도’를 이유로 이탈했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서 김철수 감독은 “만일 그 때문이라면 비시즌에 그만두지 않았겠나. 여전히 설득 중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전력 노재욱. 사진제공|KOVO


● ‘고기 먹어본’ 노재욱 믿는다

주력 자원들의 이탈에 김철수 감독과 프런트는 매일 잠을 설치며 올 시즌 계획을 손질 중이다. 지난 시즌 ‘베스트 6’로 뛰었던 이들 중 올 시즌도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사실상 서재덕 한 명 뿐이다. 한국전력은 자연히 원점에서 새 판 짜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중심에는 세터 노재욱이 있다.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노재욱을 지명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이호건부터 강민웅, 권준형 등 잔뼈가 굵은 세터진이 있기에 의외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김철수 감독의 시선은 처음부터 세터에 고정돼있었다. 만일 노재욱이 보호선수로 묶였다면 현대캐피탈의 다음 세터 옵션인 이승원을 지명할 계획이었다. ‘우승 세터’ 노재욱이 서재덕을 비롯해 최석기, 안우재, 신으뜸 등 공격수들의 잠재력을 만개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일본 전지훈련에서부터 낮고 빠른 토스를 중심으로 한 스피드배구 이식에 신경 썼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던 노재욱은 “통증은 거의 없다”며 “팀 분위기도 괜찮은 것 같다. 기대가 큰 것이 느껴지는데 각오는 돼있다”고 다짐했다.

한국전력 서재덕. 사진제공|KOVO


● “하위권이라는 외부 전망은 익숙하다”

한국전력은 매년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오산 훈련장 착공에 나섰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8년 만에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내부 관계자들은 “4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느낀 게 많다”고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국내 정상급 훈련장을 완성해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을 마치면 또 다른 이별이 준비돼있다. ‘캡틴’ 서재덕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노렸으나 강호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무릎 꿇었다. 올 시즌 종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2년간 팀을 떠날 예정이다. 서재덕은 “(전)광인이가 있을 때도 우리 팀은 늘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하물며 광인이가 나갔으니 부정적인 시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선수단 모두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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