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왼쪽)과 신현수가 11일 서울 영등포동 한 쇼핑몰에서 열린 채널A 드라마 ‘열두밤’ 제작발표회에서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열두밤’의 주인공을 맡아 여행지에서의 운명적 만남을 그려나간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실주의 사진작가’ 한승연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
‘열두밤’처럼
운명적 사랑?
나도 현실주의자
‘낭만주의 무용수’ 신현수
촬영 전 발레부터 배워
운명 찾아 일본 여행
찾았냐고요?
추억만 가득 담았죠
연기자 한승연과 신현수가 6년 만에 부활하는 채널A 드라마의 스타트를 끊는다. 그 무대는 12일 밤 11시에 첫 방송하는 ‘열두밤’이다. 극중 두 사람은 8년에 걸쳐 우연히 세 번을 마주치면서 열두 번의 밤을 함께 보내며 낯설고 설레는 감정을 나눈다.
한승연과 신현수는 11일 서울 영등포동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열두밤’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와는 다른 소소하고 잔잔한 감성에 이끌려 “연출자와 작가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연은 “요즘 드라마는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한, 대단한 이야기가 많은데 ‘열두밤’은 따뜻하고 예뻤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동안 저는 밝고 명랑, 푼수, 4차원의 캐릭터를 주로 맡았지만 ‘열두밤’을 통해서는 대중은 모르지만 저만 아는 제 모습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신현수에게도 ‘열두밤’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는 “연기자 신현수라는 존재가 아직은 낯설지만 첫 주인공을 맡으면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하며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오다 크게 변화하는 것처럼 드라마도 큰 감정으로 다가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커다란 이야기와 갈등은 없지만 별일 아닌 것들이 모여 별일이 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채널A 드라마 ‘열두밤’의 한 장면. 사진제공|채널A
극중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승연은 현실주의자, 신현수는 운명주의자다. 이들이 각각 생활터전인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를 떠나 취업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도착한 서울에서 연속적으로 우연히 마주친다. 8년에 걸친 만남으로 두 사람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인물을 표현한다.
한승연은 “스물다섯 살에서 서른세 살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실제 저는 딱 중간 나이(31세)여서 더 어리게 혹은 더 성숙하게 나타내는 과정이 어려웠다. 헤어스타일과 의상, 목소리 톤이나 말투로 변화를 줬다. 한승연의 목소리와 얼굴은 하나이지만 그 안에서 다채롭게 표현하려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신현수는 “촬영 두 달 전부터 발레부터 시작해 현대무용 기초를 닦았다. 전문가에게 연습을 받기도 했다. 캐릭터 소화를 위한 과정이었지만 몸의 움직임을 배우면서 연기자로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이 더욱 풍부해지는 효과를 봤다”고 만족했다.
두 사람은 촬영하며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리기도 했다. 드라마의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아마 이 자리에 없을 것 같다”고 웃는 한승연은 “우연히 마주친 만남에서 운명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을 굉장히 많이 다녔는데 여행으로 간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혼자 여행을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됐다”면서 “여행을 다녀오면 환기가 많이 되는 것 같다. 당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여행지에서는 티끌처럼 작아져 일상에 복귀했을 때 더욱 의욕적으로 일하고 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신현수는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고 혼자 일본 도쿄를 여행했다. 그는 “캐릭터처럼 무작정 돌아다녔지만 운명의 상대를 만나진 못했다. 쉽지 않을뿐더러 용기도 나지 않더라”며 웃었다. ‘소득’은 없었지만 다녀온 뒤 그는 “여행을 하는 순간도 기분 좋지만 다녀와서 다시 제 본분으로 살아갈 때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기억과 추억들로 힘을 얻었다”고 뿌듯해 했다.
두 사람에 대해 연출자 정헌수 PD는 “이 정도까지 잘 어울릴지 몰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2016년, 2017년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과 2에 이어 ‘열두밤’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한승연은 “3년째 여름마다 만났다. 이번에는 가을도 함께 보내고 패딩 점퍼도 입는다”고 웃으며 “3년째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지 않나.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현수도 “한승연이라는 연기자가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지 이미 알고 있어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널A 드라마 ‘열두밤’의 한 장면. 사진제공|채널A
■ ‘열두밤’은?…여행지 서울에서 만난 두 남녀의 감성 멜로
‘열두밤’은 채널A가 2012년 ‘굿바이 마눌’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로, 방송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끝에 12일 밤 11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한 회씩 총 12회를 공개한다.
드라마는 2010년, 2015년, 2018년 세 번의 여행 동안 열두 번의 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남녀의 여행 로맨스를 그린다. 뉴욕에 서 서울로 불시착한 사진작가 지망생 한유경과 도쿄에서 직장을 뛰쳐나와 서울로 향한 무용수 지망생 차현오가 서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우연 같은 필연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운명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기대하는 설렘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서울은 일상을 보내고 직장이 있는 곳이 아닌, 여행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의 작품에서 다뤄졌던 느낌과는 달리 감성적으로 비춰질 예정이다.
연출자 정헌수 PD는 “물론 부담감이 크지만 현장에 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이어서 설레고 즐겁다”며 “낯선 여행지와 한정된 시간 속에서 두 남녀가 나누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만난 세 번의 만남이 4회씩, 한 회마다 두 주인공의 하룻밤 이야기가 담긴다. 단순한 배경지가 아닌 여행 장소로 보는 서울은 보는 재미가 신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