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람은 애초에 ‘승부조작 브로커’가 될 수 없었다

입력 2018-10-16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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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람. 스포츠동아DB

2년 전이다. 승부조작 스캔들이 KBO리그를 강타했을 때 문우람(넥센 히어로즈)은 브로커로 지목됐다. 선수가 승부조작 브로커로 활동했다는 소식은 야구팬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지난해 4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문우람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올해 6월 열린 2심에서 기각됐다. 이후 대법원도 심리 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해버렸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 내용을 살펴보면 문우람이 승부조작 브로커가 될 수 없다는 단서가 있다. 문우람이 꾸준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건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던 문우람이 승부조작 브로커로 몰린 스토리가 궁금했다. 복무 중에 제대로 된 반론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도 고려했다. 문우람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그것만으로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관련 자료를 충분히 살폈다.

그런데 승부조작 공모 날짜에 대한 항목을 살펴보면, 문우람은 애초에 브로커가 될 수가 없었다. 진짜 브로커 A로부터 중고 명품시계와 의류를 선물로 받은 것, A와 워낙 친하게 지냈던 터라 여러 통화내역이 있다는 것만으로 의심을 샀다는 것이다. 문우람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후회했다.

문우람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 NC 투수 이태양의 승부조작 브로커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야구계를 강타했던 이 사건은 이태양의 선발등판일이었던 2016년 5월 29일에 벌어졌는데, A는 법정에서 “5월 22일에 문우람이 전화를 걸어와 ‘이태양의 선발등판일이 정해졌다’며 승부조작을 제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그래서 이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했던 선수 B의 진술 내용을 정리했다. B는 당시 이태양과 같은 팀에서 뛰었다.

질문(이하 문): 이태양이 선발로 처음 등판했던 것이 어느 시점인지 기억나지 않는가요.

답변(이하 답·B): 예. 그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 어떤 선수가 그날 경기에 선발로 나갈지, 아니면 불펜으로 나갈지는 보통 며칠 전에 정해지는가요.

답: 선발투수는 보직이 정해져 있으면 5명이 로테이션을 돌기 때문에 큰 비가 오거나 무슨 일이 없는 이상은, 예를 들어 처음에 증인이 던지고, 그 다음 사람, 그 다음 사람, 이런 식으로 네 명이 던지고 나면 또 증인 차례로 돌아오기 때문에 얼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문: 선발이 아닌 선수가 갑자기 선발로 나가게 되는 것은 사전에 언제쯤 통지되는가요.

답: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저희 팀(NC) 같은 경우는 3~4일 전에 알 수 있습니다.

문: 3~4일 전에 알 수 있지, (5월) 20일 전에 알 수는 없는 것이지요.

답: 그럴 경우에는 2군을 갔다가 언제 선발이라고 하면 그 날짜를 맞출 수는 있어도, 1군에 계속 있으면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불펜투수가 선발로 가는 경우는 3~4일 전에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답: 증인의 경험으로 짧으면 3~4일, 길면 5~7일입니다.

이태양은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의 진술은 문우람이 브로커가 될 수 없었다는 증거를 뒷받침한다. 사건 당시 이태양은 중간계투요원이었다.

문: 증인(이태양)이 5월 29일 선발투수로 정해진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요.

답(이태양): 5월24일 경기가 있었는데 그 경기가 끝나고 중간으로 던지고 투수코치님께서 29일 선발이라고 그때 말씀을 하셔서 29일 선발로 나갔습니다.


문: 그러면 24일 전에 선발인지 아닌지는 본인은 알 수가 없었는가요.

답: 알 수가 없습니다.

문: 24일 그때서야 비로소 선발투수가 정해졌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가요.

답: 예.

문: 5월 25일에 선발투수가 확정되어서 이를 A에게 전화해서 알려주었지요.

답: 예.

문: 증인은 A와 승부조작을 하여 서울에서 놀거나 돈을 벌어 서로 나누어 가지자고 하였지요.

답: 예.

이태양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수차례 “문우람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선수가 브로커가 돼야 한다’는 각본 속에 모두 무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도 문우람이 브로커였다는 혐의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문우람은 1심 재판에서 당연히 무죄를 예상했지만, 벌금 1000만원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만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다며 항소도 기각당했다. A는 문우람이 전역(2017년 9월 20일)한 뒤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지만 “만약 진술을 바꾸면 위증죄가 되는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변호인의 말에 등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우람은 15일 “억울함을 풀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어린 시절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던 게 내 잘못”이라고 했다. 덧붙여 “내가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인정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 어떤 비난도 감수한다”며 “나는 절대 브로커가 될 수 없다.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참가활동정지 징계를 받은 문우람에 대한 추가 상벌위원회는 이달 내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우람은 결백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동시에 개인훈련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소속팀 넥센도 상벌위원회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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