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김태균은 기억한다, 지바롯데 시절 ‘밑바닥의 기적’을

입력 2018-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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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김태균(36)의 마지막 가을잔치 경험은 11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팀이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을 때다. 이때까진 가을야구가 별 일 아닌 줄로만 알았다. 입단 첫해(2001시즌)부터 2005~2007시즌까지 총 네 차례나 PS를 경험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2006시즌에는 모두가 꿈꾸는 무대인 한국시리즈(KS)에도 주축으로 나섰다. 긴 암흑기를 거쳐 11년만에 경험하는 가을잔치에서 김태균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7년 김태균은 25살의 젊은 피였다. 11년이 흐른 지금은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 진입한 한화 선수 중 정근우와 함께 가장 나이가 많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사이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2010시즌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KBO리그로 유턴한 2012시즌부터는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면서도 팀 성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늘 안고 있었다. “10년 동안 팬들께 항상 거짓말만 한 것 같다”는 그의 목소리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과거에는 PS 진출이 이토록 힘들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워낙 자주 나가다 보니까 그랬다. 좋은 선배들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그러나 암흑기가 길어지자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내가 고참이 되면서 과거의 선배들처럼 잘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많이 했다.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번 가을야구는 노력의 산물이기에 그만큼 특별하다. 후배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건네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런 기회는 정말 소중하다. 나의 길을 밟아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매년 PS에 나가는 강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화는 넥센 히어로즈와 준PO 1~2차전을 모두 패했다.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 선수들도 일단 ‘1승’만 하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김태균은 2010시즌 NPB(일본프로야구)에서 우승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소속팀 지바롯데는 퍼시픽리그 정규시즌 3위(75승2무67패)를 기록한 뒤 클라이막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2승)~파이널스테이지(4승3패)~일본시리즈(4승1무2패)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적을 썼다. “밑에서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며 뭉치는 과정을 겪었다. 우리(한화)도 그렇게 한두 경기 이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목소리는 자신에 차있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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