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블랙핑크 美 진출, M/V 조회수에 취한 건 아닌지?

입력 2018-10-23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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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블랙핑크 美 진출, M/V 조회수에 취한 건 아닌지?

걸그룹 블랙핑크가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11월 단독 콘서트, 제니의 솔로 활동 등 블랙핑크 활용도가 유독 높아진 가운데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YG 엔터테인먼트는 23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레이블 인터스코프와 손을 잡고 블랙핑크 미국 진출 사실을 알렸다. 인터스코프는 닥터 드레·투팍·에미넴·켄드릭 라마를 비롯해 마룬5·U2·건즈앤로지스 등의 록그룹, 마돈나·레이디가가·셀레나 고메즈·블랙아이드피스 등과 작업해 온 레이블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루시안 경 유니버설 뮤직 그룹 회장은 “블랙핑크의 활동은 자신의 최우선 순위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존 재닉 인터스코프 회장도 “블랙핑크는 차세대 글로벌 슈퍼스타”라며 치켜세웠다. 블랙핑크의 미국 진출이 이미 눈 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 걸그룹이 미국에 진출해 세계의 벽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온 경우가 허다하다. 굳건했던 원더걸스의 인기에 금이 간 것도 미국 진출이 원인이었고 씨엘(CL)의 미국 진출이 2NE1(투애니원) 해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블랙핑크는 국내에서 싱글앨범 3장, 미니앨범 1장, 일본에서도 앨범 3장 정도를 발매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공개한 총 6개의 뮤직 비디오가 모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가뿐히 넘고 여기에 4억뷰를 넘은 뮤직 비디오를 두 개나 보유하고 있다지만 이런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고려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블랙핑크의 팬들이 우려하는 것은 ‘YG의 보석함’이라 불리는 이들이 무리한 미국 진출로 본진(本陣)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국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유니버설 뮤직그룹이라는 좋은 뒷배경을 두고 성사된 미국진출이다. 당연히 YG 입장에선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각오로 블랙핑크의 미국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그렇게 끈질긴 활동은 결국 국내 활동 소홀로 이어진다. 너무나도 쉽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한 달에 새로 등장하는 걸그룹이 대략 5~60개가 넘는다. 여기에 현재 준비 중인 예비 걸그룹까지 생각하면 그 수는 상상 이상이다. 그만큼 지금 가요계는 어떤 팬덤도 언제든 돌아설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라며 “블랙핑크의 미국 진출이 오히려 국내 입지를 좁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싱글 3집에서 미니 1집을 내는데만 1년이 걸리지 않았나. 팬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 역시 “블랙핑크는 좀 더 국내 입지를 단단히 다져놓는 것이 좋다. 그 후에 미국을 바라봐도 절대 늦지 않다. 멤버들 나이도 아직 어리지 않느냐”며 “확실한 우승 반지도 없이 NBA 진출을 꿈꾸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선구자인 것이다. 또한 블랙핑크에 대한 YG의 전략은 기존에 등장한 걸그룹들과도,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2NE1과도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핑크의 이번 미국 진출 선언은 어딘지 모르게 성급하고 불안해 보인다. 새로운 시도를 해야 새로운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 선구자들 역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YG가 블랙핑크의 미국 진출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이들이 정말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더라도 결국 돌아올 곳은 국내 팬덤이라는 사실이다.

사진│YG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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