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최강희 시대’ 전북, 비전2020 진짜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8-10-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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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팀을 지휘한 최강희 감독이 떠나면서 전북 현대는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차기 사령탑 물색부터 모기업 의존도 낮추기가 포함된 ‘비전2020 프로젝트’ 완성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진은 지난 7일 올 시즌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는 전북 선수들. 스포츠동아DB

변방의 작은 팀에 불과했던 전북 현대를 K리그1 ‘절대 1강’, 아시아 슈퍼클럽의 반열로 이끈 최강희(59)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톈진 취안젠(중국)으로 떠난다.

정든 사령탑과의 14년 동행을 마친 전북도 ‘포스트 최강희’ 시대를 앞두고 있다.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톈진의 임시 감독으로 떠난 박충균(45) 코치를 비롯해 김상식(42)·최은성(47) 골키퍼 코치 등 일명, ‘최강희 사단’ 대부분이 톈진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 안정을 위해 일부가 잔류한다는 시선도 있으나 가능성은 낮다.

전북이 염두에 둔 차기 사령탑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팀 수준에 맞는 이름값은 물론, 경험도 갖춰야 한다. 구단과의 호흡도 상당히 중요하다. 또 젊은 지도자를 선호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감독들도 후보군에 올려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축구계는 “전북은 매력적인 직장인 한편, ‘2위=실패’로 평가되는 몹시 부담스러운 자리다. 클럽 판 ‘독이 든 성배’로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선수들도 뒤숭숭하다. 대부분이 최 감독을 믿고 따른 제자들이다. 계약기간이 연말 종료될 인원들이 특히 불안하다. 대대적인 전열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무국도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강희 시대’가 열린 2006년부터 진행된 10년 계획에 이어 2016년 시작된 5년 주기의 ‘비전2020 프로젝트’가 당장 걱정이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의 계약기간(2020년)에 맞춰진 마스터플랜은 ▲ 클럽하우스 확장 ▲ 글로벌 인재육성 ▲ 홈 평균관중 3만 ▲ 수익구조 다변화 등이 세부계획인데, 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 모기업(현대자동차) 의존도 낮추기다.

이미 K리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그나마 꾸준한 투자 기조를 지킨 전북마저 몸집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최 감독은 “홀로 싸우는 상황에 많이 지쳤다”고 했다. 자생력을 미처 키울 틈도 없이 급격히 이뤄지는 ‘슬림화 작업’의 부작용은 최근 수년째 하향곡선을 그리는 수원 삼성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많은 축구인들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예고된 이별이지만 다소 갑작스러운 측면이 없진 않다. 전북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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