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말산업 육성, 힐링승마로 시작합니다”

입력 2018-10-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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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마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수익 위주의 운영을 해왔다. 앞으로는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우선시하고 국민을 위한 마사회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전국민 승마체험 지원해 국민스포츠로 육성
2022년까지 승마인구 8만명으로 확대 목표
인프라시설·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효과 커

용산장외발매소 장학센터 전환 등 사회공헌
소방공무원 등 힐링승마 프로그램 활성화 추진
케이닉스·국제경주 등 글로벌 경쟁력도 키워야


“부정적인 이미지가 제일 힘들다. 신뢰회복을 위해 어떤 로드맵을 가져가야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부임 첫 해를 보내며 ‘경마는 도박이다’라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이미지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 상생협력(Together), 윤리경영(Anti-corruption), 지역사회 신뢰구축(Regional Trust-building)을 담은 추진전략 ‘START’를 발표하고, ‘국민을 향해, 말과 함께!’라는 경영슬로건을 내걸었다. 말산업 육성과 승마의 대중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국민 힐링’을 준비하는 김낙순 회장을 만나 마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길을 들어본다.

● 말산업 핵심은 승마의 대중화

-부임 직후 조직개편을 실시한 이유는.


“말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마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경마에 치중돼 있다. 마사회는 경마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경마는 말산업의 일부다. 경마만 부각된 현실을 바꾸고자 말산업 정책을 강화하는 조직으로 변화시켰다. 경마는 1949년 마사회가 설립된 이후 70년 가까이 축적된 시스템과 사감위 등의 감시로 틀이 잡혀 있다. 하지만 말산업은 시작한지 5년 밖에 되지 않아 지금까지 해왔던 과정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말산업 육성이란.

“핵심은 승마의 대중화다. 승마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으면 승용마 생산, 관련 인프라 시설 건립,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해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의 정기승마인구는 7만1000여명이며, 말산업 규모도 약 28조원에 이른다. 한국은 절반인 4만9000명에 불과하다. 이를 2022년까지 8만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말 생산농가의 수익창출로 이어지고 사료, 장신구 등 관련 산업 종사자도 늘어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1차 산업뿐만 아니라 레저관광사업으로도 이어진다. 승마장의 시설, 위생, 안전 등의 환경 개선과 승용마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것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승마에 대한 접근성과 인식이 아직 부족한데.

“저변 확대를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첫째, 전국민 승마체험 지원이다. 마사회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3년간 약 4만7000명에게 승마체험 기회를 제공하겠다. 둘째, 승마시뮬레이터 보급 사업이다. 지자체와 협업해 공공체육시설 등에 승마 기기를 보급하겠다. 셋째, 국산 어린말 승마대회다. 향후 5년간 말 두수 확대(5500두)와 1800여개의 일자리 창출, 생산농가와 승마장의 수익 증대 등 다양한 실익도 기대되는 사업이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사회공헌사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용산장외발매소를 장학센터로 전환한 배경은.


“마사회는 그동안 방어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했다. 장외발매소가 있는 지역의 민원을 해소하기위해 연간 160억원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경마로 돈 버는 마사회가 사회공헌사업은 안하냐’고 반문한다. 신뢰회복을 위해 사회적 갈등이 있었던 용산장외발매소를 장학센터로 전환했다. 앞으로 민원해소 등과 같은 방어적인 사업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겠다.”


-힐링승마를 강조하는 이유는.

“마사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외국사례를 통해 승마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미국에서는 참전 장병에게 의무적으로 힐링승마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8월부터 소방청과 MOU를 체결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소방공무원 1000명을 대상으로 힐링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힐링승마를 경험한 소방공무원을 만나보니 만족도가 기대 이상이다. 경찰직, 교정직, 청소년, 교사, 해외참전용사, 해외 장기체류 군인 등으로 확대하고 싶다. 삼성병원 재활의학과에 힐링승마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검증과 모니터링도 의뢰했다.”


-렛츠런파크가 가족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렛츠런파크와 렛츠런팜을 상시 개방할 계획이다. 경마장과 목장 내 마방 등 내부 시설을 오픈해 누구든지 들어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마사회 제주목장은 제주도의 5대 관광지다. 수십만평의 초지에서 말이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힐링되고 관광상품이 된다. 100억원짜리 종마 스토리도 있다. 뮤직페스티벌, 벚꽃축제, 말공연 등 다양한 ‘말 콘텐츠’를 개발해 경마장, 농장 등에서 즐기는 ‘문화 콘텐츠’ 관광문화으로 만들겠다. 문화공감센터로 탈바꿈한 장외발매소에서도 연간 2만 명의 지역 주민들이 노래, 바둑, 배드민턴, 탁구 등을 즐긴다. 마사회 모든 시설을 국민들이 공유하도록 바꾸겠다.”


● 글로벌 경쟁력도 키운다

-한국경마의 글로벌 계획은.


“해외종축사업인 케이닉스(K-Nicks) 프로그램으로 우수 씨수말을 발굴해 국내에서 자마를 생산하고 이를 수출해 한국경주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한다. 케이닉스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우수한 경주마를 찾아내는 분석 프로그램으로 2015년 자체 개발했다. 코리아컵·코리아 스프린트 경주와 같은 국제경주 개최, 국내 경주마의 해외 원정 등을 통해 글로벌 위상도 제고할 방침이다.”


-케이닉스 사업에 대한 기대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씨종마를 수입할 경우 보편적으로 40억~50억원 정도한다. 그래서 어린 말을 싼 가격에 사서 육성해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케이닉스 사업에 4년 동안 38억원을 투자했다. 그중 경주마 재판매로 13억원을 회수했다. 케이닉스 기술로 발굴해 7500만원에 구입한 경주마 닉스고는 경주상금으로 3억원을 벌써 회수했고, 11월 브리더스컵에서 입상한다면 100억원대로 가치가 상승한다. 미스터크로우도 브리더스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투자에 비해 아직 성과가 미미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이번 브리더스컵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에는 케이닉스 사업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

●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 1957년 출생
▲ 2004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2012년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 박사
▲ 1995~2002년 서울특별시의원 제4·5대 의원
▲ 1995~2005년 (주)영구아트무비 대표이사
▲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
▲ 2016~2017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문화예술관광학부 교수
▲ 2018년~현재 제36대 한국마사회장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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