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휩쓴 영화에서 한드 ‘상속자들’ 향기가…

입력 2018-11-0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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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이쯤 되면 할리우드 버전 상속자들이라고 봐도 될 법하다.

할리우드를 강타한 영화에서 어찌된 일인지 한국드라마의 향기가 짙게 풍긴다. 올해 여름 할리우드에 아시안 열풍을 만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드라마 ‘상속자들’의 잔향이 짙다.

존 추 감독이 연출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올해 8월 개봉해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화제작이다. 백인은 스쳐지나가는 단역으로만 등장할 뿐, 출연자를 전부 동양인 배우로 꾸린 이 영화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여성과 싱가포르 재벌 상속자의 사랑을 화려하게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할리우드 영화가 출연진을 아시안 배우로 전부 캐스팅하고 아시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100% 동양인 배우로 캐스팅한 할리우드 영화이자, 북미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사실은 국내서도 곧 유명세를 탔다. 가수 에릭 남과 연기자 한예슬 등 미국에서 자란 한국 스타들의 대대적인 응원 물결도 한몫을 했다.

할리우드를 깜작 놀라게 만든 성공에 힘입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10월25일 국내 개봉을 통해 공개되자 이번에는 한국드라마와 흡사한 설정, 인물 구성, 이야기로 인해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관객 반응 가운데 ‘한국 로코에서 숱하게 본 이야기’라는 내용도 상당하다.

실제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한국드라마와 설정, 인물 구조,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흡사하다.

똑똑하고 현명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여주인공, 부와 명예에다 탁월한 외모까지 갖춘 남자주인공, 사랑에 빠진 둘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는 예비 시어머니, 신데렐라의 등장이 탐탁지 않은 상류사회의 인물들까지 닮았다. 미국 내 아시안을 겨냥해 기획한 작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제작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한국드라마와 비슷하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특히 김은숙 작가가 쓰고 박신혜·이민호가 주연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향기 역시 곳곳에서 배어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재력을 과시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 집안, 여주인공을 멸시하는 상류사회 사람들의 배타적인 모습까지 꼭 닮았다. 차별과 멸시의 시선 속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지혜로 벗어나는 여주인공의 매력도 비슷하다. 이런 여주인공 곁엔 꼭 유쾌한 성격의 ‘절친’ 친구도 있다. 때문에 영화 관객 사이에서는 아시아를 사로잡은 한국드라마의 특장점과 경쟁력이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 것 아니냐는 유쾌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익히 봐온 스토리이기 때문일까. 돌풍을 일으킨 할리우드에서와 달리 국내 반응은 잠잠한 편이다. 개봉 일주일이 지났지만 14만 관객 동원에 그친 상태.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성공에 힘입어 이미 후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총제작비 3000만 달러(342억원)인 영화가 지금껏 전 세계서 거둔 수익은 2억3000만 달러(2626억원)에 달하는 만큼 후속편 제작은 당연한 수순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할리우드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는 다국적 아시안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 가운데 한국계 배우도 만날 수 있다. 개성 강한 연기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아콰피나와 켄 정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참여하며 실력을 쌓아온 인물들. 이번 작품을 통해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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