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일반범죄연구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중독성과 접근성 때문에 누구나 가담할 수 있다”고 그 위헝섬을 경고하며 범죄수익 환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박준휘 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즉시성(중독성)과 접근성”으로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박의 대상이 되는 스포츠경기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손쉬운 참여”로 인해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에 따라 스포츠베팅과 관련해 두 가지 관점을 강조했다. 우선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이를 통한 범죄수익 환수다. 날로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불법시장의 범죄와 그로 인한 도박 중독을 방지하는 직접적이고도 실효적인 방안이다.
● “범죄수익 환수가 필수”
-불법 스포츠도박의 확산 추이가 가파르다.
“대체로 합법 사행산업은 20조원 규모이다. 하지만 불법시장은 70조원대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도 불법 스포츠도박은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마는 고객층이 대체로 노령화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어 확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은 다르다.”
-왜 불법 스포츠도박이 만연할까.
“돈이 되니까! 도박 참여자들은 이미 중독이 됐고. 불법행위로 적발되어도 처벌은 미약하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불법 스포츠도박 범죄를 수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시간과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 사법당국의 수사 단계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쫓지도 않는다. 또 자금 추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도박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그 원천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돈세탁의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에 폭력조직이 뛰어든 지도 오래다.
“불법도박은 전형적인 조직범죄이다. 여러 사람이 조직에 참여해 위계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다. 큰 조직이 있고 이들이 소규모 단위의 조직을 만들어내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폭력조직은 경기 결과 및 게임 조작은 물론 불법도박의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많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이뤄진다.
“외국 당국과 공조수사는 여전히 어렵다. 외국 당국 입장에서는 별 이익이 되지 않으니까. 최근에는 아예 국내에서 범죄행위를 자행하면서 서버를 마치 해외에 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까지 생겨나 심각성을 더한다.”
-청소년의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새로운 수요자가 청소년이다. 하지만 그 규모나 심각성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음주나 흡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스포츠도박의 특성상 즉시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빠져든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스마트폰 판매 단계부터 규제해야 한다는 거다. 이를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왜 도박에 빠져드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다. 스포츠도박이 다른 많은 것보다 재미있기 때문일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같은 불법 스포츠도박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감시와 단속은 필수.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은 쉽지 않다. 박 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 단속과 감시를 위한 전담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검찰과 경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구들이 있다. 하지만 각기 분산되어 있고 전문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신규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30명의 전문인력만 있어도 양태는 달라질 거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일반범죄연구실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스포츠베팅을 다시 들여다보자”
박준휘 실장은 이 같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단속과 감시의 한편에서 이제는 스포츠베팅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도 됐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성화와 합법화를 연구해가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불법시장의 규모와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단속해가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그는 “이와 함께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베팅의 양성화나 합법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해수욕장을 세 곳만 허가해줬다고 생각해보자. 불법적인 해수욕장이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해수욕장에 대한 허가의 폭을 넓혀서 그 운영자들끼리 시장을 감시하라는 거다. 스포츠베팅의 경우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불법행위가 이뤄진다. 온라인 공간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스포츠도박 중독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관리와 치료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클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니 로드맵이 필요한 거다. 불법 스포츠도박 폐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한 뒤 단속과 함께 3년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전담기구도 그래서 중요하다. 이와 함께 철저한 도박 중독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박 중독자의 90%가 불법시장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 않나. 또 스포츠베팅의 총 매출액에 대한 세금은 높이고 환급률은 낮출 필요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마냥 도덕률이라는 개념과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자는 거다.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전제로 관리 가능한 시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