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쉰 ‘수요미식회’는 행방불명? ‘시청자 아웃 오브 안중’
재정비를 이유로 한 달을 쉰 tvN ‘수요미식회’가 ‘행방불명’(?)됐다.
앞서 ‘수요미식회’ 제작진은 지난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27일 오전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한 달간의 휴방을 발표했다. 사전 고지도 없던 갑작스러운 휴방 결정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의 미식 욕구를 채워준 ‘수요미식회’가 잠시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됐다”며 “11월, 더 새롭게 돌아올 ‘수요미식회’에 많은 기대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달을 쉰 ‘수요미식회’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애초 지난달 말 녹화를 진행하며 방송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이는 무산됐다. 녹화 일정은 이달로 미뤄졌고, 정확한 일정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다. 출연자는 물론 내부 관계자들 역시 “들은 바 없다”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휴방을 결정해놓고 방송 재개 과정도 최악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제작진의 엉터리 재정비 배경에는 원년 멤버 황교익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달 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그의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논란(논쟁)들 때문이다. 특히 황교익과 관련된 논란에는 ‘수요미식회’도 한몫을 했다는 게 지배적이다. 그렇기에 제작진도 이 상황이 부담스러워 논란 당시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했다. 말은 ‘재정비’라지만, 평일도 아닌 휴일(개천절) 오전 갑작스럽게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하는 제작진의 행동에 ‘재정비’를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또 그를 하차시켰다면, 여론에 떠밀려 출연자를 교체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할 정도로 하차 요구가 많은 상황을 무시할 수도 없다. 제작진의 고민은 깊다. 그러는 사이 tvN은 수요일 밤 시간대를 자체 제작 콘텐츠가 아닌 자회사 채널 예능프로그램에 넘겨주게 됐다. 애초 12회로 기획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종영을 앞두면서다. 재정비로 돌아오는 ‘수요미식회’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후속 편성을 논의 중이던 상황이었지만 방송 재개 시기가 결정되지 않자,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가 듀얼 편성(동시 편성)된 것. 제목과 달리 밤 12시 20분 방영되던 탓에 ‘목요미식회’라는 핀잔을 듣던 ‘수요미식회’는 원래 방송 시간대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tvN 측 관계자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애초 기획대로 12회까지 제작된다. 연장은 없으며, 다음 시즌은 미정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후속에는 ‘국경없는 포차’가 동시 편성돼 시청자를 찾는다. tvN 자체 제작프로그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수요미식회’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결국 ‘행방불명’된 ‘수요미식회’다. 재정비하겠다고 집(편성)을 떠나놓고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게 걱정이라면 폐지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제작진은 알아야 한다. ‘수요미식회’가 아니라도 tvN을 비롯한 국내 방송사에서는 이미 차고 넘치는 음식 프로그램이 있다. 폐지가 아닌 ‘수요미식회’ 존치를 원한다면, 이제 결정할 때다. 무엇이든 현명한 선택을. 시청자 양해도 없이 한 달을 ‘내맘대로‘ 쉰 값을 치러야 할 때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