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스물을 앞두고…‘영주’ 김향기, 한층 깊어진 어른아이 (종합)

입력 2018-11-06 16: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현장] 스물을 앞두고…‘영주’ 김향기, 한층 깊어진 어른아이 (종합)

열아홉 소녀 김향기가 또 다른 열아홉 어른아이 ‘영주’가 됐다. 아역배우 시절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성장해온 김향기가 영화 ‘영주’를 통해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영주’의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영주’의 주연 배우 김향기와 유재명 그리고 차성덕 감독이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영주’는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갖게 되는 낯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으로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차성덕 감독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다. 영주는 어떻게 보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나 또한 10대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경험이 있다”며 “문득 가해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영주’가 자기고백적 영화가 되는 것은 경계했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 원치 않는 비극이 일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취재했다. 이를 통해 이야기가 확장됐고 비로소 ‘영주’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타이틀롤 영주로 김향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열아홉 소녀지만 감정과 심리가 굉장히 복잡하고 깊게 들어가기 때문에 시나리오 해석력이 좋은 20대 여배우를 생각했지만 적임자를 만나지 못했다”면서 “당시 영화 ‘눈길’을 보고 아역이 아닌 배우로서의 김향기를 발견했다. 첫 눈에 반했다. 첫 미팅 때부터 향기가 아니라 영주를 만난 것 같았다. 내 안의 영주를 버리고 진짜 영주를 만났다. 김향기 덕분에 이야기가 더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김향기는 극 중 한날한시에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남동생과 단둘이 힘겹게 살아가던 중 절박한 마음에 찾아간 가해자 부부에게서 희망을 찾는 소녀 영주를 연기했다. 그는 “지방에서 ‘신과함께’ 촬영 도중 숙소에서 읽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읽었는데도 집중해서 읽었다. 오래 여운이 남는 이야기더라. 영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김향기는 “영주의 아이러니한 감정이 과하지 않게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잘 완성해준 시나리오의 느낌을 잘 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계속 읽으면서 영주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영주’는 영주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가해자를 비롯한 또 다른 인물들의 상처와 상실감까지 들여다본다. 영주 부모의 사망 사고 가해자 상문과 그의 아내 향숙을 연기, 보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차 감독은 “유재명과 김호정은 내 마음의 1순위였다. 영주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때문에 다른 두 인물은 많이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이기에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며 “유재명과 김호정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는데 두 분이 함께해주셔서 행운이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가르침을 주셨다. 덕분에 밀도 높게 만들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재명은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면서 시대에서 요구하는 상징들이 담겨 좋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대에 살아가는 세상에서 영주라는 개인의 일생을 통해 지금의 화두인 치유와 용서가 어떤 의미인지를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던지는 시나리오였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상무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같은 경험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김향기와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는 “첫 촬영부터 향기가 아니라 영주로 보였다. 깊게 감정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말을 한 번도 안 걸었다. 김향기가 차분하게 자기 생각에 빠져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향기 또한 “영주로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했다. 함께 작업해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

김향기와 유재명 김호정의 열연으로 상처와 용서 치유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주’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