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망투’·‘망크’ 이어 ‘망별’? 외화 낭비 tvN 리메이크

입력 2018-11-12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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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투’·‘망크’ 이어 ‘망별’? 외화 낭비 tvN 리메이크

tvN 리메이크 드라마 ‘3대 망작(亡作)’이 완성될 조짐이다. ‘망투’(안투라지), ‘망크’(크리미널 마인드), ‘망별’(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바로 그것. 높은 제작비와 호화 캐스팅 등 tvN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지만, 흥하기는커녕 어디다 내놓기도 민망한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시작은 2016년 방영된 ‘안투라지’(극본 서재원 권소라 연출 장영우)부터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시즌을 방송하며 큰 인기를 누린 동명 드라마의 세계 최초 리메이크 버전.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하면서 대한민국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배우 차영빈(서강준)과 그의 친구들 이호진(박정민), 차준(이광수), 거북(이동휘)이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김은갑(조진웅)과 겪게 되는 연예계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tvN 10주년’의 정점을 찍을 작품으로 방송사에서 유난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호화 캐스팅과 ‘역대급’ 카메오 군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민망할 성적을 보여줬다. 첫 회 2.26%로 시작한 ‘안투라지’는 0.73%(16회)로 종영됐다. 자체 최저시청률은 0.61%(6회)까지 주저앉았다. 같은 해 케이블TV 개국 이래 역대 최고시청률(16회, 20.50%)을 기록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와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작품성도 없었다. 국내에 있던 원작 팬들은 혀를 내두르며 국내 버전에 등을 돌렸다. 관계자들 역시 이렇게 ‘망작’이 탄생할 줄 몰랐다는 반응들을 내놨다. 결국 ‘안투라지’는 ‘망투라지’라는 수치스러운 별칭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이하 동일)

이런 ‘망’의 기운은 이듬해(2017년) 방영된 ‘크리미널 마인드’(극본 홍승현, 연출 양윤호)가 이어받았다.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꿰뚫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심리 수사극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ABC Studio에서 제작한 시리즈로 2005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초장수 인기 미국 드라마다. 전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방영됐으며, tvN에서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했다.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테러리스트 등 잔혹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수사하는 국가범죄정보국 범죄행동분석팀(NCI) 요원들의 활약을 담았다.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 등 탄탄한 배우진으로 무장해 좋은 성적을 낼 것처럼 보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높은 기대감에 4.18%로 시작한 ‘크리미널 마인드’는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결국 3.04%(20회)로 마무리된 ‘크리미널 마인드’. 자체 최저시청률은 2.03%(11회)까지 주저 앉았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구조도 없었고, 엉성한 연출 기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tvN 첫 수목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의 ‘졸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미 OCN 등에서 눈이 높이질 대로 높아진 국내 시청자들은 영화 같은 장르물을 기대했지만, 원작보다 못한 수준의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일부 배우 팬들만 보는 드라마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때문에 ‘크리미널 마인드’ 관계자들은 작품 언급을 극도로 꺼릴 정도라고. 일부 배우 역시 작품을 필모그래피로 올리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반응. 그만큼 ‘크리미널 마인드’는 누군가에게 절대 추억하고 싶지 않은 ‘망크’로 남아버렸다.

이런 악몽같은 상황은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연출 유제원 극본 송혜진, ‘일억개의 별’)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억개의 별’은 괴물이라 불린 위험한 남자 무영(서인국)과 그와 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 진강(정소민) 그리고 무영에 맞서는 그녀의 오빠 진국(박성웅)에게 찾아온 충격적 운명의 미스터리 멜로다. 제33회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어워즈 8개 부문을 휩쓴 동명의 일본 드라마(2002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에서는 기무라 타쿠야, 후카츠 에리 등이 출연해 섬세한 감정 연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드라마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버전이 방영되고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원작의 파격적인 설정도 문제인데, 주인공 서인국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도 강하다. 원작 주인공인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할 당시 그의 호의적인 이미지와 달리, 서인국은 캐릭터도 배우도 시청자들에게 호감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주된 원인. 미스터리 멜로라는 그럴싸한 포장만 있을 뿐, 온갖 자극적인 내용을 극적 재미라는 이유로 장치 설정에만 매진하는 스토리가 눈이 높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3.99%로 시작한 ‘일억개의 별’은 지난 12회에서 2.60%를 기록하고 있다. 자체 최저시청률은 2.28%(10회)다. 종영까지 4회 분량을 남겨둔 상태지만, 첫 회 시청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장담을 하기 어렵다. 제작진은 원작의 강점과 주제 의식을 부각한 결말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그게 전부다. 이미 시청자는 없는데, 제작진만이라도 만족할 결말을 구상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애초 ‘일억개의 별’은 지난 3월 종영된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윤현기)를 꿈꿨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더가 아닌 ‘망별’로 전락했다. 남은 4회를 통해 극적인 결말을 내놓는다고 해도 말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최근 국내 채널들이 다양한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원작 인기의 벽을 넘는 게 쉽지 않다. 국내 특유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도 문제다. 원작과 괴리가 생기는 국내 정서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 하나는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시청자가 한 가지라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어야 흥행이든 작품성이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은 리메이크는 쓸데없는 로열티(원작에 대한 저작권료)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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