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공필성 코치. 스포츠동아DB](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8/11/12/92842861.2.jpg)
두산 공필성 코치. 스포츠동아DB
3루 주루코치는 코치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포지션이다. 그만큼 뚜렷하게 보인다.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는 코치인 투수코치는 자신의 선택을 ‘결과론’으로 포장할 수 있다. 최고의 카드를 꺼내 들고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을 ‘코치 탓’만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주루코치는 자신의 선택이 1점과 연결된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넥센 히어로즈가 2013시즌 도중 3루와 1루 코치의 위치를 바꾼 것도 이와 같은 사연이 있어서다.
점수 하나하나가 승패를 가르는 포스트시즌(PS)에선 주루코치의 역할이 더욱 도드라진다. 기본적으로 추가 진루를 지시할 때는 상대 외야수의 어깨와 주자의 주루 능력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외야수의 어깨가 약하더라도 커트맨의 송구능력이 뛰어나다면 그만큼 선택이 어려워진다.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주자와 원활한 소통도 3루 주루코치의 능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넥센 조재영 코치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주자와 코치의 생각이 일치해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1군 코치 첫해인 2017시즌 혹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그는 “나도 첫해에 (주자를) 많이 죽여봤다”고 웃으며 “내가 한 베이스 더 보내고 싶어도, 주자가 먼저 ‘한 베이스만 가겠다’는 사인을 주면 그 생각을 존중한다.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논쟁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SK 정수성 코치. 스포츠동아DB](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8/11/12/92842864.2.jpg)
SK 정수성 코치.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서 맞붙은 두산 베어스 공필성 코치와 SK 와이번스 정수성 코치의 생각도 같았다. “주루코치는 주자를 많이 죽여 봐야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타이밍을 파악하고, 센스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베테랑 지도자인 공 코치는 KS 2차전과 4차전에서 상대 좌익수의 어깨가 약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걸음이 느린 편인 김재환과 양의지의 적극적인 주루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장에선 KS와 같은 큰 경기를 경험한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다고 말한다.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찰나의 선택’이 승패와 직접 연결되는 3루 베이스 코치가 딱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주루코치 A는 공 코치와 정 코치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감독의 믿음이 중요하다”는 한마디를 던졌다. “주루코치가 숱한 주루사를 겪으면서 발전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감독이 반복되는 주루사를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주루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코치가 성장하기 어렵다”고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