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순제작비 38억원의 영화 ‘완벽한 타인’이 개봉 3주째에 접어들어 누적 340만 관객을 넘어섰다. ‘완벽한 타인’의 흥행은 현재 한국영화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벽한 타인’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총제작비 58억원을 들여 제작된 영화. 드라마 ‘다모’로 잘 알려진 이재규 감독의 ‘역린’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이다.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이서진 등이 휴대폰에 얽힌 일상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다. 잘 짜인 구성을 이야기로 구현한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 등이 어우러져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고 있다.
또 다르게 눈길을 모으는 것은 제작비를 기준으로 한 수익의 정도. 제작비 규모의 3배가량을 손익분기 돌파 시점으로 보는 현재 상황에서 ‘완벽한 타인’은 이미 그에 해당하는 180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이는 최근 제작비 규모 100억원이 넘는 한국영화가 늘어나는 추세에 비춰 작지 않은 의미를 던진다는 평가다. “상업적인 기획으로 제작·배급된 상업영화의 평균 총제작비는 52억9000만원, 좀 더 상업성이 높은 영화는 75억원“이었지만 “총제작비 80∼100억원 미만의 작품이 전년도에 비해 부진했고, 순제작비 30∼50억원 미만 영화 15편 중 4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점(영화진흥위원회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서도 더욱 그렇다.
실제로 올해에도 100억원대 규모 영화가 명절과 방학 등 주요 시즌에 개봉했지만 ‘신과함께-인과 연’을 제외하면 그 성과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제작비 규모와 당초 기대를 뛰어넘지 못한 채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넘겼거나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타인’을 비롯해 ‘암수살인’ ‘그것만이 내 세상’ ‘탐정: 리턴즈’ ‘너의 결혼식’ ‘지금 만나러 갑니다’ ‘목격자’ ‘리틀 포레스트’ 등 순제작비 30~50억원 규모의 영화의 성과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 작품들은 12일 현재 올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20위권에 안착했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대비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수익률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의 손익이 전체 한국영화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익률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어들었지만 한국영화는 오히려 8.1%, 관객 점유율은 46.7% 늘어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판타지, 멜로, 음악, 공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돼 관객의 선택지를 늘렸다”고 영진위는 평가했다. 다양성 그리고 좀 더 참신하고 탄탄한 기획과 제작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