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그램] “당신의 욕망을 해부한다” 카지노 묵시록

입력 2018-11-1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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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기사 기억 9단은 온라인대국을 통해 바둑을 접한 지 3년 만에 프로의 관문을 통과한 천재다. 바둑채널 MC로 활동하는 여자친구 토마토의 권유로 대학 바둑학과에 진학해 바둑에만 매진하던 기억은 중국의 인공지능과 빅매치를 벌이게 되고, 승부조작에 휘말려 바둑계를 떠나게 된다.

천직과 사랑을 모두 잃게 된 기억은 서울을 떠나 강원도 카지노로 향한다. 모든 고통, 시름을 잊고 게임에 몰두하던 기억은 매력적인 여성 콜라를 통해 블랙잭의 고수, 텍사스 홀덤의 달인을 만나게 되고 카지노를 격파하기 위한 도박사들의 베이스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천부적인 기억력과 계산력을 지닌 주인공은 카지노 게임에서도 놀라운 악마의 재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게 되는데….

10년 남짓 바둑계에서 휴머니티 넘치는 바둑칼럼과 바둑소설을 집필했던 김종서 작가의 신간소설 ‘카지노 묵시록’(도서출판 아록)의 줄거리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가 눈길을 끈다. 프로기사 기억, 광고계의 촉망받는 CF감독 출신으로 블랙잭의 달인이 된 천둥, 텍사스 홀덤의 고수 데스페라도. 이들의 조력자 콜라와 체리. 모두가 익명의 닉네임이다. 이들의 이름에서부터 카지노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어둡고 쿰쿰한 습기가 느껴진다.

김종서 작가는 평생 ‘베팅’과 ‘승부’를 붙들고 늘어진 작가다. 1990년대부터 집요하게 도박계의 이면과 폐해, 도박사들의 심리와 생활을 소설화해 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카지노 소설을 쓴 것은 ‘카지노 묵시록’이 처음이다.

작가는 사회적 금기인 베팅을 시대의 문화로 깊이 분석한다. 사행성 게임의 베팅은 인간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양날의 칼 같은 ‘놀이’다. 카지노는 불온한(?) 장소임에도 욕망의 하수구로 작용하며 사람들을 꾸역꾸역 불러 모은다.

작가는 카지노의 이면 안으로 깊이 들어가 욕망의 화두를 던진다. 사람들이 왜 게임에 빠지게 되는지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카지노의 존재가치에 관해 끊임없이 묻는다.

‘카지노 묵시록’은 김종서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카지노 소설 시리즈 총 8권의 출발점이다.

‘카지노 묵시록’은 마카오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환전과 롤링을 하는 인물을 그린 ‘마카오 펜트하우스 1·2’,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닐라 마간다랜드’, 카지노 소설의 대미를 장식할 ‘라스베이거스의 푸른 밤’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영화를 전공한 김종서 작가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 ‘출발 서울대행진’의 작가로 MC 서유석의 원고를 장기간 집필하며 출근길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스포츠토토 온라인 홈페이지 오픈 당시 베팅칼럼과 소설 ‘패시피카’를 연재했다.

또한 ‘승부사(1992)’, ‘드림보트(1994)’, ‘하우스(1996)’, ‘귀족(1998)’, ‘올 오어 낫씽(2000)’ 등 남성들의 욕망을 관찰하고 해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써 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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