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펐던 한해” 최형우가 돌아본 2018시즌

입력 2018-11-2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2018년 한 해를 돌아봤다. 모든 시즌을 끝낸 뒤 휴식을 취하고 있던 22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털어놓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번타자 자존심? 3번타자의 재미를 알았죠”
아쉬웠던 팀 성적, “5강 막차로 2019시즌 희망 봤다”
“홈런? 타점이 먼저라니깐요!”
남모를 아픔, “견딜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

KIA 타이거즈 최형우(35)에게 2018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어린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한 야구가 이렇게 어렵고, 또 이렇게 재밌는 것인지 새삼 새롭게 깨달았다. 10년 넘는 프로야구 인생에서 손꼽아도 절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방출선수의 신화를 다시 쓴 인물이기에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더욱 더 기억에 남는다. 최형우는 2002년에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입성했지만 방출과 재입단이라는 우여곡절 속에서 뒤늦게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그해 만 25세라는 늦은 나이에 신인왕을 탔다. 부단한 노력으로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꾼 경우다.

‘꾸준한 4번타자’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이는 데도 이견은 없다. 최형우는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10년 넘게 중심타선 역할을 수행했다. 큰 부상 없이 매 해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5년 연속 100타점’,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등 여러 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스포츠동아는 22일 최형우와 만나 그의 꾸준했던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동시에 스스로에게 강한 기억을 남긴 2018시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3번타자, 1회부터 벌써 기다려지던데요”

올해 역시 꾸준했다. 타점·홈런 등 연속 기록을 연장시키며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충분히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시즌이기도 하다. 바로 10년 넘게 수행한 타순을 잠시 조정한 것이다. 4번타자가 아닌 3번타자로 출전하는 기회가 유독 많았다.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본 질문에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최형우는 “3번타자가 진짜 재밌다. 경기 전부터 1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4번을 칠 때는 1회 타석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3번은 일단 무조건 타석에 들어간다. 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보니 1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더라”고 설명했다.

대승적으로는 팀의 미래도 생각했다. 최형우는 “사실 내가 평생 4번을 칠 수는 없지 않나. 이범호, 김주찬 형을 보면 어느 타순에서든 잘 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안)치홍이가 4번을 치는 게 좋다”며 “나도 어느 타순에서든 내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가 되어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5강 막차’ “아쉬웠지만 내년 희망 봤다”

개인적인 즐거움이 있었으나 팀 성적에 마냥 웃지는 못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끌며 명문구단의 위용을 보였던 KIA는 올해를 최종 5위로 마무리했다. 기복 있는 팀 경기력에 중심타자 본인 역시 마음고생이 많았다.

최형우는 “힘들 때는 나 스스로 돌파구가 안 보인다 싶을 정도로 막막했다. 그래도 후반기에 팀이 차고 올라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5위라는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팀의 뒷심에서 내년 희망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2019시즌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올해보다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감해야 한다는 거다. 선수들 모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고 곁들였다.

최형우는 가장 욕심이 나는 기록으로 타점을 꼽았다. 팀은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주축타자다운 포부가 느껴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타점 기록은 아직도 욕심이 있다”

전반기에 유독 좋지 않았기 때문에 최형우에게는 올 시즌이 프로 인생에 손꼽을 위기였다. 이제까지 꾸준히 쌓아온 연속 기록이 자칫 끊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타점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욕심을 내는 기록이다. 사실 올해는 안 좋을 때 ‘100타점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기어코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9월 월간타율 0.341를 기록했고, 타점은 27타점을 쓸어 담았다. “나중에 은퇴했을 때 사람들이 최형우라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기록이 타점이 되었으면 한다. 풀시즌 치른 11년 동안 타점기록을 보면 나 스스로 만족스럽다. 은퇴할 때까지도 시즌 100타점은 놓치고 싶지 않다.” 진심이 묻어났다.

KIA 최형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남모를 아픔,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분”

프리에이전트(FA) 100억 원 시대를 연 그에게 얼핏 부족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은 있었다. 바로 개인적인 가정사다.

2012년에 첫 결혼을 한 최형우는 최고의 기량을 구사하던 시기에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여러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에서 흔들릴 법도 했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야구를 하며 기어코 성적을 냈다. 자신의 ‘바깥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지금의 가족 덕분이라 설명한다.

최형우는 “집사람을 만나면서 여러 힘들었던 시간을 견뎠다. 사실 정말 힘든 와중에 나를 잡아준 사람이다. 1월이면 아기도 태어나는데, 너무 고맙다. 야구를 더욱 더 간절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 태명은 ‘루다’다. ‘이루다’는 뜻에서 따서 지었는데, 정말 우리 가족의 복덩이다. 내게도 좋은 기운을 준 만큼, 나도 아기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