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KT행…역대 9호 무상 트레이드의 의미

입력 2018-1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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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SK 와이번스 외야수 조용호(29)를 무상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KT는 23일 “SK 외야수 조용호를 무상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7년 SK에 정식입단한 조용호는 2시즌 통산 85경기에서 타율 0.260(204타수 53안타), 10타점, 38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6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2(191타수 52안타), 34득점으로 활약하며 쏠쏠한 백업 역할을 수행했지만 올해는 입지가 줄었다.

하지만 조용호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67경기 출장해 타율 0.321, 27타점, 14도루, 40득점으로 가능성을 선보였다. 삼진과 볼넷 비율이 1:1에 육박(35삼진/34볼넷)할 만큼 선구안도 개선됐다. 전형적인 날쌘돌이 좌타 외야수 카드가 많지 않은 KT로서도 올해 군 전역한 김민혁과 더불어 다양한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 이숭용 KT 단장 역시 “빠르고 컨택 능력이 우수한 좌타 외야수를 테이블 세터 강화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SK가 조용호의 길을 터준 것이다. “선수를 방출하는 것보다는 선수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면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구단으로 트레이드를 해주는 것이 선수의 미래와 KBO리그의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선수단 운영 방침에 의거한 조치”라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조용호. 스포츠동아DB


사실 무상 트레이드는 구단 입장에서 택하기 쉬운 카드가 아니다. 때문에 전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번이 KBO리그 사상 아홉 번째 무상 트레이드다. 2000년대로 범위를 좁히면 조용호가 2014년 조중근(넥센 히어로즈→KT), 2015년 신현철(SK→KT), 2016년 서동욱(넥센→KIA 타이거즈), 2018년 최준석(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 홍성갑(넥센→한화 이글스)에 이어 여섯 번째다. 넥센이 세 차례나 통큰 결정을 했고, KT는 세 번의 수혜를 입었다.

SK가 KT에 조건 없이 선수를 내어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SK는 2015년말 내야수 신현철(31·은퇴)을 KT에 무상으로 내줬다. 수원 유신고 출신으로 지역 연고가 있던 신현철은 2016년 35경기에서 타율 0.292(24타수 7안타), 2타점으로 큰 기여를 하지 못한 채 은퇴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신현철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SK의 통큰 선택이었다.

현실적으로 무상 트레이드가 쉽지 않은 것은 결국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선수의 길을 터주기 위한 트레이드라고 해도, 결국 구단이 취할 부분은 확실히 챙기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무상 트레이드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를 의미한다. 올해만 세 차례나 있었다. 물론 최준석의 사례는 조금 다르지만, 홍성갑과 조용호의 경우 원 소속팀에서 자리 잡기가 힘든 선수를 필요로 하는 구단으로 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야구인은 “방출 후 영입과 무상 트레이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례로 넥센도 서동욱이 KIA에서 활약할 때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동욱의 활약은 넥센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야구계 전체를 생각했을 때, 어려운 만큼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수가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산의 가치를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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