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그동안 그가 스크린을 통해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이다.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아인 특유의 느낌은 가득 차있다.
“전 세대가 성별을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결과는 열어봐야 아는 거고. 영화 전체, 혹은 등장인물들의 전체는 아니어도 이 이야기는 돈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죠. IMF라는 위기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 자체가 슬프지만 영화적으로는 신선한 소재였어요. 또 꼭 한 번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의의를 가지고 참여하게 하는 힘이 있었죠.”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유아인이 작품을 결정짓는 이유로 작용했을까.
“출연을 결정지을 때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결정짓지 않아요. 여자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국가적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김혜수 선배님과 같은 내공을 가진 선배님이 그런 역할을 하시는 것, 그리고 제작진이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형태로 끌고 나가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았죠. 캐스팅의 그림 자체가 제작진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서 선택을 가져갈 수 있었어요. 사실 금융맨이라는 캐릭터는 저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전형적일 수도 있지만 캐스팅을 통해 차별화를 가려가려고 한 것 같아요.”
유아인은 과거 영화 ‘'좋지아니한가’를 통해 김혜수와 만난 바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국가부도의 날’로 한 스크린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다시 한 번 만난 김혜수는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했을까.
“김혜수는 김혜수지만 완전히 새로운 버전인 것 같아요. 업데이트는 끝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줬죠. 그 배우에게 기대하는 걸 실망 없이 전달하면서도 더 강렬한 힘을 보여주는 측면이 저도 관객으로서 느껴졌죠. 아마로 근래에 김혜수 선배님께서 보여주셨던 어떤 작품보다 정점을 찍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는 영화에서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애매한 캐릭터를 구현할 때 많은 고민이 존재했을 터.
“이 인물이 선명하지 않아요. 악인, 선인도 아니죠. 그게 어떤 평범한 인간의 내적 갈등, 삶의 태도나 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죠. 접근하고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이루지 충분한 면이 있었어요. 세대의 고민,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갈등을 반영하는 인물이라 어려웠지만 진정선 있게 접근할 수 있었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서 유아인이 관객들에게 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모든 영화가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자기 자신의 선택을 돌이켜볼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