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다시 쥔 양상문 “부담돼도 부딪친다”

입력 2018-11-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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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2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인생은 부딪혀 봐야 안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독이 든 성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자리를 일컫는 말이다. 롯데는 1992년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 이후 2018년까지 단 한 번도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KS 무대를 밟은 것도 1999년이 마지막이니 정상에 대한 갈망은 어느 팀보다 간절하다. 때로는 이 간절함이 독이 된다. 열광적인 ‘구도 부산’ 팬들의 환호는 성적이 부진하면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이 팬들의 눈을 피해 구장 뒷길로 출퇴근한 이유다.

양상문(57) 감독은 13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움켜쥐었다. 선수와 투수코치로 롯데를 거친 양 감독은 2004~2005년 롯데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후 롯데 2군 감독, LG 트윈스 감독 및 단장을 거친 뒤 ‘컴백 홈’을 해냈다. 감독 발표 후 곧장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지휘를 위해 떠났던 양 감독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임식을 가지며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양 감독은 취임식에서 김창락 대표이사, 이윤원 단장, 전·현직 주장 이대호·손아섭과 한 줄로 나란히 선 채 손을 맞잡았다. 취임식을 지켜보던 선수단 전원과 구단 임직원들에게도 손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양 감독은 “이로써 우리는 한 마음이 됐다. 나아갈 길은 딱 하나다. 모두가 알 것이다. 그 길을 향해 같이 걷자”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취임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어느 팀 감독이든 목표는 분명하다. 부산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우승에 대해서) 처음부터 큰소리치지 않겠다. 차근차근 올라가겠다”고 각오했다.

롯데 양상문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 팬들의 갈망을 알고 있는 만큼 롯데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라는 것도 모를 리 없었다. 양 감독은 “롯데 감독이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우리 팀 구성이 약하지 않다. 해볼 만하다. 그리고 해보고 싶다. 인생은 부딪쳐봐야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각오는 ‘취임 선물’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양 감독은 “내부 프리에이전트(FA) 노경은은 나를 좋아한다. 아마 남을 것”이라고 입을 연 뒤 “양의지와 우리 팀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물론 밖에서 볼 때 우리 포수진이 부족할 수 있다”며 “하지만 마무리캠프에서 네 명의 젊은 선수가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들이 잘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물론 공식적으로 ‘양의지 영입전 불참’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포수들을 잘 만들어보겠다”는 말에는 양 감독의 의지가 담겨있다.

자신감의 근거는 투수진의 성장이다. 양 감독은 거치는 팀마다 투수 육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왔다. 투수진이 성장한다면 포수진의 단점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 양 감독의 철학이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는 이론에는 동의하지만, 반대로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들 수도 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수를 제외한 8명이 짐을 조금씩 나눈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에서 2018년. 강산이 한 번 이상 변하는 동안 롯데의 시선도 리빌딩에서 대권 도전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성적을 낼 시점”이라고 밝힌 양상문 감독의 첫 발걸음은 신중하면서도 자신감이 뚝뚝 묻어났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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