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서진용. 스포츠동아DB
일본 가고시마에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투구폼 교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구시 왼쪽으로 기울던 몸을 곧게 세웠다. 2018시즌 5월 10경기 12이닝 1승 5홀드 0자책점 행진으로 힘찬 출발을 했던 서진용은 6월 어깨 부상을 입은 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시즌 내 통증에 시달렸다. 마무리캠프에서도 어깨 치료를 병행 중이다. 이는 투구폼을 바로잡게 된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피칭 훈련장 한 편에서 가까운 거리에 공을 던져가며 새로운 투구폼을 몸에 익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150㎞대의 강속구를 구사해 ‘파이어볼러’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그에겐 145㎞의 최고 구속이 아직 낯설다. 서진용은 “손혁 코치님께서도 ‘구속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나도 해봐야 안다. 스피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으며 “뭐든 첫 시작은 어렵다. 내 몸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손 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이겨내야 한다”며 서진용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손 코치는 “구속 145㎞가 나올 때는 부상으로 몸이 완벽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직 만들어가는 단계다. 여기서 2㎞, 스프링캠프에서 2㎞를 더 늘리면 된다”면서도 “150㎞를 던질 때보다 볼 끝이 훨씬 좋다. 그러면 파울이 나온다.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덧붙여 “그동안 타자들은 서진용하면 직구가 빠른 것만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젠 직구 구속이 145㎞가 나오면서도 볼 끝까지 좋다. 그러면 타자들을 상대하기 훨씬 편해진다”고 낙관했다.
팀 내 절친한 김태훈, 박종훈은 서진용에게 늘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서진용이 6월 어깨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갈 때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줬다. 이들은 언더핸드, 좌·우완 투수로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5월 23일엔 박종훈이 선발, 김태훈과 서진용이 구원 등판해 팀 승리를 합작했는데, 구단은 이를 기념하는 후드티셔츠도 제작했다. 선발 박종훈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최다인 14승을 거뒀고, 김태훈은 포스트시즌까지 필승조의 중심을 맡으며 나란히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서진용이 가세하면 SK에겐 더할 나위 없는 마운드의 자랑이다.
SK 서진용. 스포츠동아DB
서진용도 “선후배 관계를 넘어 정말 친한 동네 형·동생 같은 사이다. 힘든 일도 서로 솔직히 털어놓고, 서로 아픈 데는 없는지 늘 묻는다. 형들이 정말 잘 챙겨준다. 내가 실수하고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고, 잘할 때는 또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라도 더 해준다”며 “내년엔 셋 다 잘해서 후드티셔츠 말고 또 다른 기념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셋이 마운드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잘 해나가야 한다”며 자신을 독려했다.
“부상 없이, 아쉬움 없는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것이 서진용의 속마음이다. 마운드에서 팀 승리를 수호하며 큰 환호를 받았던 올 시즌 5·6월의 제 모습을 머릿속에 잘 담아뒀다. 서진용이 돌아갈 자리는 당연히 필승조다. 그는 “5월처럼만 잘 됐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한 시즌 내내 보여드리고 싶다. 나를 응원하는 팬들도 내가 잘해야 응원하는 재미가 커질 것 아닌가. 야구로 보답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렵다. 하지만 서진용은 혼자가 아니다. 뜨거운 함성으로 서진용의 뒤를 지켜줄 팬들 역시 당당히 마운드에 올라설 서진용의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