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왼쪽)와 박보검이 주연하는 드라마 ‘남자친구’가 배경과 설정 등에 대한 제작진의 세심한 연출력으로 이야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제공|tvN
작은 소품마저 의미…시청자들 눈길
제작진의 ‘친절한’ 연출 덕분에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남자친구’가 보는 재미는 물론 내용 이해도까지 높이고 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송혜교와 박보검이 주연하는 ‘남자친구’는 재벌 2세와 이혼한 뒤 호텔을 경영하는 유명 정치인의 딸 수현과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청년 진혁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송혜교는 집안환경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어 수동적이고, 박보검은 물질적으로 빈곤해도 살아가는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삶과 심리는 5일 방송한 3회까지 이들이 서로 대사를 주고받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상황 설정으로 표현된다.
송혜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유독 여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그림 속 여자는 등을 돌리고 있거나 옆을 응시하는 등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그림의 분위기는 외롭고 쓸쓸함이 가득해 송혜교의 심리와 정서를 드러낸다.
가장 눈에 띈 연출은 1회에서 송혜교가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과 여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그림을 한 화면에 나오도록 잡은 장면이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극중 그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단박에 알려준다. 반면, 박보검 뒤로는 뜨거운 태양과 새파란 바다를 형상한 그림을 두고 송혜교와 대조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을 표현했다. 또 송혜교 장면에서는 흑백과 컬러 화면의 전환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송혜교는 박보검과 만난 이후부터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 검정과 흰색의 단조로웠던 삶이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 가고 있음을 가리킨다. 박보검을 통한 송혜교의 심리 변화를 설명한 셈이다.
극중 박보검이 쿠바에서 읽은 책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연수 작가의 2009년 소설은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송혜교와 박보검의 험난한 사랑을 예고하는듯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영화 ‘로마의 휴일’의 장면과 똑같이 그려져 새드 엔딩인 영화 결말과 드라마의 연관성에 벌써부터 궁금증이 쏠리는 효과를 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