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이정은6, 다시 티잉 그라운드에 서다

입력 2018-12-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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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앞둔 ‘핫식스’는 최근 바쁜 일정 속에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감정이 교차한다는 이정은6은 5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미국행 결심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활짝 웃고 있는 이정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새로운 도전을 앞둔 ‘핫식스’는 최근 바쁜 일정 속에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감정이 교차한다는 이정은6은 5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미국행 결심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활짝 웃고 있는 이정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정은6(22·대방건설)은 요새 수십, 수백 장의 사인을 일일이 작성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했다.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전, 자신의 손때가 묻은 친필 사인을 챙기려는 주변 지인과 팬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했던 ‘핫식스’가 이제 새로운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Q시리즈 수석 합격을 통해 얻은 풀시드를 내년 시즌 활용하기로 하면서 새 도약을 위해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도전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이정은을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국 진출 결심까지 오랜 고민을 거쳤던 이정은은 “결국 최종 선택권은 내게 있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에 결정이 오래 걸렸다”며 고민의 순간을 털어놓은 뒤 “다시 신인이 된다는 마음으로 미국 무대로 향하려고 한다. KLPGA 투어에서 받았던 응원을 잊지 않겠다. 그간의 사랑과 관심을 발판삼아 팬들께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프로골퍼 이정은. 사진제공|KLPGA

프로골퍼 이정은. 사진제공|KLPGA


● 아쉬웠던 전반기, 후회 없던 후반기

-한 시즌이 끝냈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냈나.


“학교도 다니고, 공식행사도 참석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나지 않아 해외여행은 가지 못하고 틈틈이 국내 여행지만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오늘 보니 직접 챙겨야 할 사인만 수십 장이 넘어 보인다.

“주위에서 부탁이 많다(웃음). 아무래도 내년에는 국내대회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지인과 팬들로부터 사인 요청이 많다. 오늘 학교에서도 100장 가까이 사인을 한 느낌이다.”

-바쁜 한 해였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9월 한화 클래식이다. 사실 우승을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하게 돼 정말 기뻤다. 올 시즌 첫 우승이라서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까지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연달아 작성했다.

“기록이 나쁘지는 않았다.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살롱파스컵에선 3위, 9월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공동 6위에 올랐다. 사실 전체적인 샷 감각이 불안했는데 이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했던 노력이 조금은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반기 KLPGA 투어에서 부진하면서 걱정을 샀다.

“나 스스로 생각이 많았다. 새 스폰서와 손을 잡으면서 지난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주위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그래서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 우승을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고, 다행스럽게도 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덕분에 후회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프로골퍼 이정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골퍼 이정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다시 찾는 신인의 마음가짐


-미국 진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행 결정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미국행 결정까지 시간 오래 걸린 이유는 내게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스폰서와 가족, 환경 등 여러 조건도 중요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은 내가 쥔 상태였다. 사실 LPGA 투어 직행권을 얻은 뒤에도 내 스스로의 목표 설정이 부족했다. 워낙 예상 밖의 상황이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도 잘 몰랐다.”


-어찌 됐든 미국으로 떠난다.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사실 3년 전 KLPGA 투어에서 신인왕에 오를 때에도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다른 타이틀과 달리 이러한 기회는 생애 한 번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신인왕의 영예도 한 번뿐이지만, 그에 따른 부담감 역시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미국에서도 똑같은 부담감이 따르겠지만 최대한 골프를 즐기면서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이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야 할 텐데.

“언어와 생활적인 측면 모두 천천히 적응하려고 한다. 아직 영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지는 않은 상태다. 동계훈련은 내년 1월 중순 정도부터 예상하고 있다. 일단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려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많았다. 작은 오해도 있었고.


“지난해 이맘때 대방건설 후원계약식을 진행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를 처음 했다. 그때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LPGA 투어로 가서 세계랭킹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올림픽을 향한 출사표처럼 비쳤을지도 모른다.”

프로골퍼 이정은. 사진제공|KLPGA

프로골퍼 이정은. 사진제공|KLPGA


-그렇다면 올림픽을 향한 속마음은 정확히 어떠한가.

“사실 올림픽에 나간다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지 않는가. 보통 잘하지 않고서는 출전권을 얻을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아직 정확한 목표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년 미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생각해보려고 한다.”


-정든 KLPGA 투어를 잠시 떠나야 한다.


“처음 1~2년차 때는 어색한 점이 참 많았다. 프로에 대해 많이 모르기도 했고…. 그러나 올해부터는 조금 더 편하게 투어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적응할 만하니까 다시 새로운 무대로 향하게 됐다. 두렵기도 하지만 3년 전 신인 때의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그래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내년도 KLPGA 투어에 출전할 생각이다.”


-이정은이 없는 내년 판도를 두고 벌써부터 여러 예측이 나온다.

“선수 한둘이 없다고 흔들릴 KLPGA 투어가 아니다. 조아연과 박현경, 이가영 등 쟁쟁한 신인들이 새로 데뷔한다. 훌륭한 실력을 지닌 후배들이다. 아마 또 다른 슈퍼 루키가 KLPGA 투어를 수놓지 않게 될까?”

● 이정은6은?


▲ 생년월일=1996년 5월 28일(전남 순천) ▲ 출신교=봉화초~연향중~순천청암고~한국체대 ▲ 후원사=대방건설 ▲ 소속사=크라우닝 ▲ 프로 데뷔=2015년 KLPGA 입회 ▲ 우승 경력=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골프 여자 개인전·단체전, 2017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018년 한화 클래식·KB금융 스타챔피언십 ▲ 수상 경력=2016년 KLPGA 투어 신인왕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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