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케이블·종편①] ‘사극 불모지’ 오명 벗은 tvN, 드라마 풍년 맞았다

입력 2018-12-16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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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결산-케이블·종편①] ‘사극 불모지’ 오명 벗은 tvN, 드라마 풍년 맞았다

어둠이 걷히자 빛이 드리운다. 지난해 혹한의 겨울처럼 ‘흥행작 기근’을 겪은 tvN은 2018년 환하게 웃었다. 드라마 풍년을 맞으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다는 것을 증명한 한 해였다. 흥행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고루 갖춘 작품들이 쏟아지며, ‘믿고 보는 tvN 드라마’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그 시작은 수목극 라인업의 잇따른 성공에서 출발한다.


● tvN 수목극 눈부시다

올해 tvN 수목극 라인업은 화려하다 못해 놀랍다. 시청률은 물론 작품성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먼저 자체 최고시청률 11.195%(16회)로 지난 1월 막을 내린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은 2018년 tvN 수목극 포문을 연 작품. 신원호 PD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것도 할 수 있음 확인시켜 준 드라마다. 동시에 tvN 입장에서 신원호 PD의 가치를 재확인한 시간이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이하 동일)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속작인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윤현기)는 웰메이드 리메이크 드라마로 통한다. 지난 4월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ERIES, 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런 ‘마더’의 배턴을 이어받은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역시 작품성이 뛰어난 수작으로 꼽힌다. 흥행 성적도 좋다. 방영 초반 드라마 제목에 대한 오해와 폭력 장면 등이 문제됐지만, 극적 개연성과 명확한 주제의식, 담백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이 조화를 이루며 자체 최고시청률 7.352%(16회)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 좋은 기운은 후속작으로도 이어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와 ‘아는 와이프’(극본 양희승 연출 이상엽)가 각각 8.602%(‘김비서가 왜 그럴까’ 16회), 8.21%(‘아는 와이프’ 10회)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두 작품은 ‘로코 명가’ tvN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후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 연출 유제원)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였지만, 후속작 ‘남자친구’(극본 유영아 연출 박신우)가 역대 tvN 수목극 첫 회 최고시청률(8.683%)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 ‘사극 불모지’ tvN은 잊어라

그동안 사극을 좀처럼 볼 수 없던 tvN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항일투쟁기를 다룬 시대극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부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사극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까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사극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은 것.

먼저 2018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미스터 션샤인’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자체 최고시청률 18.129%(24회)로, tvN 역대 드라마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 ‘미스터 션샤인’은 흥행 성적뿐만 아니라 작품성 역시 뛰어났다. 항일운동을 펼친 조선 말기 청춘들의 이야기는 비록 허구일지라도 찬란하게 아름다웠다는 평가다. 24회 방송 말미 “동지들. 독립한 조국에서 씨유어게인(See you again)”이라는 고애신(김태리)의 독백은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 대사로 기억된다. 그만큼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빛났다.

반대로 별 기대조차 없었던 ‘백일의 낭군님’은 모두 예상을 깬 케이스다. 최약체 캐스팅이라는 평가와 달리 반전을 이뤄냈다. 첫 회 5.026%로 시작한 ‘백일의 낭군님’은 철옹성 같던 ‘또 오해영’(9.991% 18회)의 벽을 넘어 ‘tvN 월화극 흥행사’를 다시 썼다. 자체 최고시청률 14.412%(16회)로, 역대 tvN 월화극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운 것. 동시에 tvN 역대 드라마 중 네 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한 드라마가 됐다. ‘백일의 낭군님’은 내년 1월 방영될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연출 김희원)와 한창 제작 중인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김원석)를 준비하는 tvN에 희망을 안겼다.

● tvN 월화극 어쩌면 좋니/ 나쁘지 않았던 토일극

올해 tvN 드라마 편성 블록 중 유일하게 웃을 수 없는 건 월화극 라인업이다. ‘백일의 낭군님’을 제외하고 모두 흥행 참패를 맛봤다. ‘크로스’(극본 최민석 연출 신용휘)부터 ‘시를 잊은 그대에게’(극본 명수현 백선우 최보림 연출 한상재 오원택),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극본 추혜미 연출 김형식),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극본 임수미 연출 최규식 정형건) 등 제목도 생소할 만큼 잊힌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3년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온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는 ‘최악’이라는 평가다. 개연성을 이유로 시즌2 여주인공(서현진)을 죽이는 악수(惡手)를 뒀다. ‘비긴즈’라는 부제에 걸맞지 않은 스토리 구조와 연출법, 윤두준의 돌발 입대 등은 작품이 지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3년을 기다린 팬들을 분노하게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시즌3를 안 하니만 못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백일의 낭군님’ 영향으로 tvN 역대 월화극 첫 회 최고시청률(5.628%)을 기록한 ‘계룡선녀전’은 ‘빛 좋은 개살구’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로코 명가’ tvN 특유의 감성을 보여줄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상은 빤하다 못해 유치할 지경이다. 민망한 CG에 엉성한 스토리 구조는 드라마 출연 중인 배우들이 안쓰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CG 등을 이유로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달리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채널이 돌아가는 이유가 된다.

반대로 tvN 토일극은 다른 채널로 눈을 돌렸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구조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나타낸 것. 사선에 선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는 자체 최고시청률 7.73%(18회)로 종영했다. 후속작 ‘무법 변호사’(극본 윤현호 연출 김진만) 역시 자체 최고시청률 8.937%(16회)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AR게임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인기몰이 중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은 8%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올해 숱한 명작과 대작을 쏟아낸 tvN은 2019년에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시즌제를 검토하며 제작 중인 ‘아스달 연대기’를 비롯해 배우 이나영의 안방복귀작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정현정 연출 이정효), 박보영 복귀작 ‘어비스’(극본 문수연), 홍 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 신작 등이 준비되어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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