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진행에게 물었다, 비시즌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입력 2018-12-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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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진행. 스포츠동아DB

9년 전, 당시 8개 구단 체제이던 2009시즌을 꼴찌로 마친 직후 한화에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주축 타자였던 김태균(36)과 이범호(37·현 KIA 타이거즈)가 나란히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로 떠났다. 왕년의 스타였던 정민철(현 MBC스포츠+ 해설위원)과 송진우(현 투수코치)는 은퇴를 선언했다. 권토중래를 노려야 할 판국에 완전히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였다. 2010시즌 전망은 ‘압도적인 꼴찌’였다. 에이스 류현진(현 LA 다저스)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였다.

시즌 전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2010년에도 최하위(8위·49승2무82패)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수확은 분명했다. 타 구단이 부러워할 만한 4번타자를 키워냈다. 그 주인공은 ‘미완의 대기’였던 최진행(33)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그해 129경기에서 타율 0.261(464타수121안타), 32홈런, 92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32홈런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4개)에 이은 이 부문 2위였다. 일단 거포로서 잠재력을 터트린 것 자체만으로 성공적이었다. 해를 거듭하며 정확도도 향상했다. 2013시즌에는 규정타석을 채우고 타율 0.300(367타수110안타)을 맞췄다.

‘걸리면 넘어간다’는 이미지도 강했다. 상대 배터리는 최진행과 승부를 무척 부담스러워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약점도 조금씩 지우기 시작했다. 2012시즌부터는 유턴한 김태균, 장성호(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와 의기투합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을 외쳤다. 그 시절부터 팀 타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덕분에 2018시즌 직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얻은 것이다.

한화 최진행. 스포츠동아DB


● 겨울휴가도 반납한 열정, 그러나…

그러나 하필이면 FA 직전 시즌(2018시즌)의 성적이 부진했다. 수비 도중 어깨를 다쳐 28경기 출장에 그친 2016시즌과 옆구리 부상으로 약 2개월을 통째로 쉰 2017시즌의 아쉬움을 지우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성적은 57경기 타율 0.213(136타수29안타), 7홈런, 13타점.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성적표였다. 2017년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1루수 병행까지 염두에 두고 구슬땀을 흘렸고, 겨울휴가도 반납한 채 몸을 만들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위치에 맞게 솔선수범했다. 그러나 75일을 2군에서 보냈을 정도로(1군 등록일수 112일) 아쉬움만 가득했다.

“프로 입단 후 늘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했는데, 올해 성적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하더라. 그만큼 힘겨운 한 시즌을 보냈다. 풀타임 첫해인 201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돌아보면, 2016시즌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 외에는 눈에 띄게 나빴던 적은 없었기에 스스로도 충격이 컸다.” 최진행의 회상이다.

한화 최진행. 스포츠동아DB


● 10㎏ 감량은 절실함이다

지금 최진행은 FA 신분이다. 그러나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겨울휴가를 반납했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야구를 하고 싶다.”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2018시즌 일정이 모두 끝난 직후부터 매일같이 체육관으로 출근해 퍼스널트레이닝(PT)을 하고 있다.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시즌 때와 견줘 군살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식이요법과 유산소, 근력운동을 병행하며 10㎏를 감량했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아닌 효과적인 방법으로 체지방을 줄인 것이다. 순발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게 2019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가족여행 등 재충전의 시간도 포기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스스로를 너무 혹사하는 게 아닐까’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최진행은 “자책할 시간조차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 감독도 “내부 (FA) 단속이 우선이다. 셋 다(송광민·이용규·최진행) 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진행은 이들 세 명 가운데 가장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2군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을 보낸 게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 절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일찌감치 2019시즌 준비에 돌입한 그의 목소리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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