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치세·FA등급제 절실하다

입력 2019-0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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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과 도약의 갈림길에 선 한국프로야구가 꾸준하게 발전하기 위해 현실에 정확히 부합되는 제도가 절실하다. FA 등급제와 사치세 도입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제도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KBO 정운찬 총재의 적극적인 노력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스포츠동아DB

[신년기획] 도약이냐, 추락이냐 갈림길에 선 2019년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제언 <中>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부사장을 스타 경영자로 만든 것은 ‘머니볼’ 철학이다. 베스트셀러 경영서인 ‘머니볼’의 부제는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다. 메이저리그는 약육강식 무한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이었다. 빅 마켓과 스몰 마켓 팀의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심각한 부작용에 몸살을 앓았다. 불공정한 게임 속에서 가난한 구단은 약탈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더 공정한 룰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선수시장 통재로 번영하고 있는 미국프로풋볼(NFL)의 모범답안이 존재한다.


● 국민 취미 압도한 NFL의 수익 공유제

NFL은 최근까지 경기가 매진되지 않으면 방송중계를 허용하지 않는 블랙아웃 제도를 유지했다. 팬들에게 TV가 아닌 경기장에 와서 직접 경기를 보라는 대단한 배짱이다. 열광적인 인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연방통신위원회 개입하기 전까지 이 제도는 수 십 년간 유지됐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는 ‘국민 취미(national pastime)’로 불리지만 흥행과 매출 등 모든 면에서 NFL에 크게 뒤쳐져 있다.

NFL은 불공정한 게임인 메이저리그와는 다르게 어떠한 경우에도 초과할 수 없는 하드 샐러리캡, 모든 구단이 이익을 똑 같이 나눠 갖는 수익 공유제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완벽한 리그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32개 팀 모두가 부자구단이라는 점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KBO리그는 리그 평준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잘 손질하고, 10팀 단일리그 특성에 접목한다면 리그 평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KBO도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 정운찬 KBO총재는 “현장 등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리그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FA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도중 발표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로 무산된 ‘FA총액 80억원 상한제’ 같은 정교하지 못한 방법은 갈등만 키울 수 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는 솔로몬의 해법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 FA 등급제+사치세 도입=리그 평준화

FA 등급제는 가장 시급한 숙제다. 현 제도는 보상선수가 항상 발목을 잡는다. 등급제는 과거 메이저리그 방식이었던 외부 평가보다는 계약 총액으로 구분 짓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약금과 연봉을 더해 1년 총액이 20억원 이상이면 S급으로 분류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15~20억원은 A급으로 신인지명 2차 1라운드 지명권, 10~15억원 B급은 2라운드 지명권, 5~10억원 이하 C급은 보호선수 40인외 보상선수 1명, 5억원 이하는 총액의 100% 보상금 등으로 각각 차등화 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35세 이상 베테랑 FA는 보상선수나 보상금 없이 자유로운 이적을 보장하면 전력평준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팀이 보유한 FA선수의 연평균 지급액을 기준으로 사치세를 도입해 이를 초과할 경우 해당 금액을 유소년 야구 지원 및 타 구단에 똑같이 배분하면 특정 구단에 FA선수가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연평균 지급액 상한선을 100억원으로 설정하면 4년 총액 100억원 규모 특급 FA는 팀 당 3명 이상 보유하기 힘들어진다. 사치세를 선택하는 팀도 나오겠지만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리그 평준화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KBO리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신중함과 과감함이 겸비된 제도개혁이 절실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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