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영미 “날 바꿔준 남친, 프러포즈만 하면 ‘100점’”

입력 2019-01-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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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안영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개그우먼 14년 만에 첫 연기 맛! tvN ‘계룡선녀전’ 마친 안영미

노래·춤에 연기까지…남친과 강유미·송은이 존재 큰 힘
콩트 잘해서 연기도 자신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어려워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첫 맛은 괜찮았지만 혀끝은 쓰고 아렸다. 하지만 먹고 싶어 자꾸만 손이 갔다. 고교시절부터 꿈꿔온 순간이기에 고진감래라 믿었다. 개그우먼 안영미(36)가 ‘연기 맛’을 드디어 봤다. 안영미는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시청자에 웃음을 전달하면서도 언젠가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서는 날을 기다렸다. 최근 출연한 tvN ‘계룡선녀전’까지 14년. 오래 걸리기도 참 오래 걸렸다.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성격 탓을 하는 그는 “이제는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먹고 두려워하고 움츠러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도전의식 강한 ‘나’를 원해”


안영미는 “수동적이고, 추진력도 없다”고 자신의 성격을 요약했다. 실제로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밝고 명랑 쾌활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이라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몸과 눈에 익은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도전과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평소 먹던 것만 먹고, 식당도 가는 곳만 간다. 심지어 TV프로그램도 보는 것만 본다. 하하! 연예활동에 있어서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크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강해 제가 못하는 것, 새로운 일은 도전하지 못했다. 그랬던 제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영미의 첫 번째 성과물은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출연이다. ‘노래를 못하니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연습과 훈련을 통해 목소리가 시원시원하게 나왔다. 두 번째는 셀럽파이브. ‘이 춤을 어떻게 춰’라고 걱정했지만 맨발로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응원을 받으면서 안영미는 그동안의 자신을 돌아보며 “해보지도 않고 겁만 먹었구나” 깨달았다.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 변화의 정점을 찍은 것이 ‘계룡선녀전’이다. 연출자 김윤철 PD가 안영미를 지목해 출연이 성사된 것이어서 “마지막 회 까지 긴장을 놓치지 못했다”며 “주인공보다 더 많이 걱정한 사람은 아마 저 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정통 드라마는 처음이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미리 겁먹어서 놓친 기회가 이전에 있어서 이번엔 후회하기 싫었다.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이석증이 재발할 정도였으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잠들면 꿈속에서 대본 외우고 연기하더라. 하하!”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술을 끊고 “맥주 한 캔만 벌컥벌컥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며 체력 관리에 신경 썼다. 몸에 밴 콩트 느낌을 빼고 정극 연기와 완급을 조절하는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믹 앞에서 몸이 반응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데 과한 표정을 하나 더 지어 웃기려고 하는 제 모습을 여러 번 발견했다”며 멋쩍어 한다.

“콩트 연기를 잘해서 연기도 잘할 줄 알았는데 자기반성을 하게 됐다. 알면 알수록 힘든 게 연기라는 걸 알았다. 제대로 연기하려면 아직 멀었다. 하하! 그래도 제가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건 즐겁다. 기회를 주신다면 계속 연기하고 싶다.”

2월 공연도 기획 중이다. ‘안영미쇼’라는 이름으로 코미디 쇼를 준비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계획이다.


● “강유미, 송은이 그리고 남자친구”


안영미에게 강유미와 송은이는 누가 뭐래도 소중한 존재이다. 강유미는 안영미의 데뷔 시절부터 함께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오랜 단짝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준비하면서도 주저하는 안영미의 손을 끌어준 인물이다. 송은이는 셀럽파이브, 유튜브 방송 등 안영미가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데 적극성을 갖게끔 옆에서 힘을 실어줬다. 안영미의 ‘19금 캐릭터’도 송은이를 통해 만들어졌다.

안영미는 “멍석을 깔아줘야 하고, 누군가 저를 끌어주지 않으면 나서지 못한다”며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가득 차 있는데 행동에 옮기질 못해 생각만 하다 끝나는 타입”이라고 했다. 이어 “유미와 은이 선배를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 집에서 TV만 보고 있을 거다”고 말했다.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남자친구도 안영미를 변화시킨 인물 중 한 명이다. 안영미와 남자친구는 2015년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게스트와 청취자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당시 남자친구는 안영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냈고, 이 상황을 작가가 전달하면서 드라마틱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2월에 4주년을 맞는다.

안영미는 “겁 많고 두려워하는 성격의 제가 전화번호를 받자마자 먼저 연락해 3일 만에 만났다”며 “사람이 외로움의 끝에 닿으면 오히려 이런저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되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에 대한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제가 남자친구한테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결혼 얘기하는 건 유머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유머로 알더라. 저 프러포즈는 언제 받을까요? 하하!”


● 안영미

▲ 1983년 11월5일생
▲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 데뷔
▲ 데뷔 직후 KBS 2TV ‘개그콘서트’ 활약
▲ 2005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
▲ 2009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대한민국 희극인의 날 신인상
▲ 2010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예능상
▲ 2018년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신인상
▲ 2012∼2015년 뮤지컬 ‘드립걸즈’
▲ MBC 표준FM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 팟캐스트 ‘귀르가즘’ 진행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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