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남 작가와 유준상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다. ‘왜그래 풍상씨’가 첫 방송부터 촌철살인 대사와 진심이 담긴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는 ‘단짠 매직’의 발휘, 시청률 2위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것. 돌아가신 아버지를 홀로 배웅한 유준상의 짠내 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고, 격이 다른 웃픈 가족극의 탄생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지난 9일 KBS 2TV 새 수목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 연출 진형욱 / 제작 초록뱀미디어) 1-2회에서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된 풍상(유준상 분)과 진상(오지호 분), 정상(전혜빈 분), 화상(이시영 분), 외상(이창엽 분) 네 동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
눈 내리는 새벽, 달자(이상숙 분)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풍상은 동생들 진상, 정상, 화상, 외상과 함께 자식 된 도리로 장례식장을 지켰다. 하지만 조문객과 화환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옆 상가집과는 달리 제대로 된 조문객들의 방문조차 뜸한 풍상이네. 이런 상황에서 진상은 "문상객도 없는데 걷어 치지"라고 운을 떼고, 화상 역시 “솔직히 아버지 생각나는 것도 없어"라고 말을 보태 아버지와 정이 없었음을 암시했다.
진득하게 장례식장을 지키는 풍상을 제외한 동생들은 제각기 사정으로 장례식장을 비우기 일쑤였다. 이어 자리를 비웠던 화상은 결혼을 하겠다고 대뜸 남자친구를 데려오지만 쌍둥이 언니 정상과 싸움이 붙어 장례식장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화상의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에 정상이 분노의 팩트 폭격를 가해 급기야 육탄전을 벌이게 된 것.
한 순간 난장판이 된 장례식장에 화가 난 풍상은 "뭐하는 짓이냐? 아무리 개떡같은 아부지라도, 상중이야"라며 화상을 나무라지만, 화상 역시 "오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저년만 오냐오냐. 저년한테 해준 거 반에 반만큼만 해줬어도 내가 이러겠어?"라고 받아쳐 긴장감을 더했다.
풍상씨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례식장이 아수라장이 된 사이 찾아온 손님이 아버지가 돈을 빌려갔다면서 차용증을 내민 것. 당황한 풍상은 네 명의 동생에 이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친(?) 사고까지 수습하며 짠내를 폭발시켰다. 한 숨 돌려던 찰나, 이번에는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조폭들이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막내 외상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이들은 풍상의 만류에도 화환을 들여놓고 영정 앞에 절을 올린 뒤 척 보기에도 두둑한 조의금 봉투를 꺼내 들었다.
"받지마"라고 소리치는 풍상과 조의금 봉투를 낚아채듯 챙긴 진상. 풍상은 "그게 어떤 돈인데? 외상이 팔아먹은 돈이야. 외상이 인생하고 바꾼 돈이라고"라며 분노하지만 진상은 "그땐 그때고, 외상이 모르게 쓰자고, 우리가 급한데 왜 줘?"라고 말해 외상의 과거에 사연이 있음을 암시했다.
급기야 "더 올 사람도 없는데 그만 하자"는 외상과 "이자리에 있기 싫다"고 입을 모으는 동생들에게 풍상은 "장례식장 삼일 앉아있는 게 그렇게도 힘드냐?"면서 "니들 없어도 되니까 다 가라고!" 소리치고, 상주 완장을 뜯어 던지고 뛰쳐나간 외상에 이어 진상, 화상, 정상도 장례식장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 역시 아버지 간보구(박인환 분)의 간병으로 자리를 떠나게 된 상황. 엎친 데 덮친 격,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에 홀로 남은 풍상의 눈앞에 오랜만에 나타난 어머니 노양심(이보희 분)은 "아부지 뭐 남긴 건 없든? 유산 같은 거. 보험같은 것도 없고?"라고 말해 풍상의 분노를 유발했다. 풍상이 가진 돈 7만 8000원을 받아내고 나서야 발길을 돌린 양심. 풍상이 홀로 짊어진 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결국 발인날까지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풍상 홀로 화장장으로 향했다. 관이 들어갈 때 울고불고 난리치는 다른 가족들 틈에서 혼자 담담하게 지켜보는 풍상의 표정에서 외로움이 묻어났다.
유골함을 들고 나오는 풍상을 찾아온 아버지 요양원 관계자는 "초기에 간이식만 했으면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고, 풍상은 자신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아버지 생각에 벅차 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강가로 향했다.
아버지의 유골가루를 뿌리려 강가를 찾은 풍상은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려 유골함을 놓치고, 물에 떠내려가는 상자를 잡으려 첨벙첨벙 따라가지만 쉽지 않다. 멀어지는 상자를 잡으려다 물살이 센 곳에 엎어진 풍상은 위기를 맞았지만 귓가에 맴도는 동생들의 목소리에 번쩍 눈을 뜨고 "살려달라"고 소리쳐 다음 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가족극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것은 물론 유준상의 진심 어린 연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지 않는다는 극중 풍상의 말과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사연 면면들 역시 현실을 반영했다며 묘한 감정을 선사한다는 평을 많이 내놓았다. 무엇보다 연기 장인들이 총출동해 제대로 몰입감을 선사했고, 풍상의 테마곡처럼 흘러나오는 조용필이 작사, 작곡한 ‘꿈’이 풍상의 처연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줬다는 시청평도 있었다.
시청률 역시 시작부터 2위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1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왜그래 풍상씨’는 전국 기준 1부 5.9%, 2부 6.7%로 동시간대 2위를 기록했다.
한편, ‘왜그래 풍상씨’는 오늘(10일) 목요일 밤 10시 3-4회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