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CJ E&M](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9/01/17/93754352.2.jpg)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CJ E&M
“우와! 이거 엄청난데?”
소재 고갈로 방황하던 그에게 ‘포켓몬 고’의 증강현실은 뒤통수를 탁 치는 ‘한 방’이었다. 그 길로 쓰고 있던 블랙코미디 드라마 시놉시스를 뜯어 고쳤다. 드라마 속 삼류 기타리스트 유진우(현빈)는 칼을 든 투자자 대표로 재탄생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알함브라)의 기상천외한 시작이었다.
“저도 이런 작품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니까요. 하하.”
![MBC 드라마 ‘W’. 사진제공|MBC](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9/01/17/93754379.2.jpg)
MBC 드라마 ‘W’. 사진제공|MBC
● “학창시절? ‘안 모범’ 학생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순풍산부인과’, ‘크크섬의 비밀’ 등의 대본을 쓴 시트콤 출신이었다. 그런 송 작가가 정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위 모두가 말렸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2012)를 쓸 때까지만 해도 “너무 많은 구박”을 받았다. 하지만 7년 만에 “제작사가 믿어주는” 드라마 작가가 됐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나인), ‘더블유’ 등을 통해 입증한 독특한 세계관의 힘이 컸다. 송 작가가 지닌 독창성의 원천은 뭘까.
“독창적이란 칭찬은 민망하다.(웃음) 평소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보다 평전, 잡지 등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본다. ‘알함브라’의 유진우도 미국 테슬라사의 대표 엘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다 영감을 얻어 만든 인물이다. 학창시절이 남달랐냐고? 전혀. 눈에 안 띄면서도 한심한, ‘안 모범’ 학생이었다. 공상하고, 게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공부만 열심히 안 했다, 하하.”
작가로 데뷔한 후엔 쓰고 싶은 대로 써왔다. 코미디가 좋아서 시트콤을 만졌고, 판타지와 멜로가 하고 싶어 드라마로 넘어왔다. 초반에는 “판타지의 기본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날선 시선도 받았다.
“판타지라는 게 어떻게 쓰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송 작가는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드라마를 써 ‘송재정식 작법’을 만들었다.
“예능프로그램과 시트콤을 참 오래했다.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연습을 하거나 공부한 적은 없다. 정통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런 ‘혼종’의 이야기를 내놓나보다.(웃음) 나는 16개의 엔딩을 정해놓고, 한 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스토리를 짠다. 엔딩이 정점을 찍도록 하고, 이를 이어가는 작법으로 쓰는 거다. 그래서 낯설어하는 시청자가 있는 것 같다. 노력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제공|tvN](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9/01/17/93754387.2.jpg)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제공|tvN
● “게임 소재, 시도에 그치기에 아까워”
송 작가는 “온갖 게임을 섭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문명’, ‘대항해시대’,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게임을 줄줄 읊는 송 작가의 눈이 빛났다. 게임 사랑이 결국 ‘알함브라’를 탄생시켰다. ‘알함브라’로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술력을 확인했다는 송재정 작가는 “이렇게 잘하는 걸 아는데 시도만 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아직 기획 중인 후속작은 없다. 다만 하나를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을 할 때에도 타임슬립만 쓰지 않았나. 이번엔 게임의 룰을 설명하는 것에 그쳤으니, 다음엔 제대로 퀘스트(일종의 임무)에 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한 번 해봤으니 시청자도 잘 따라올 것 같다.”
이제 10부작 이내의 시즌제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송 작가는 “내 작법이 16부작 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 짧은 시즌물에 더 적합하다는 걸 ‘알함브라’를 보며 깨달았다”며 시즌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tvN](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9/01/17/93754400.2.jpg)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tvN
● “약점, 늘 극복하기 어렵다”
독창성은 인정받지만, ‘알함브라’에는 여러 비판도 뒤따랐다. 느린 전개, 개연성이 부족한 채 부분을 메우는 ‘마법’이란 장치가 그렇다. 송재정 작가는 지적에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개인적으로 전개가 느린 것은 못 느꼈다.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잃고 고뇌하는 유진우의 감정이 중요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에 집중했는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던 시청자로서는 맥이 탁 풀렸을 수도 있다. ‘마법’의 경우, 증강현실 소재이니 SF물을 기대했던 사람이 많아 실망한 것 같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아마 SF물이 됐을 거다. ‘알함브라’가 판타지와 SF의 경계를 흩뜨리며 진행되는 것처럼 경계를 오가는 것을 잘 한다. 마법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줬다.”
멜로와 판타지가 잘 맞물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송 작가는 이것만큼은 “하드한 이야기에 멜로를 넣는다는 게 참 어렵더라”며 단번에 인정했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 같다는 반응도 봤다는 그는 “저 멜로 좋아해요”라고 항변(?)했다.
원래 진우와 희주(박신혜)는 우정에 가까운 관계였지만, 현빈과 박신혜을 캐스팅하면서 러브라인으로 바꿨다. 송 작가는 “두 분의 미모가 너무 아까워서 스토리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멜로를 추가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멜로가 어렵게 꼬일 수밖에 없었음도 시인했다.
송 작가는 “약점은 늘 극복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겸손해했지만,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독창적인 시선이 다시 한 번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 송재정 작가
▲ 1973년 11월 28일생 ▲ 1996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SBS ‘폭소하이스쿨’로 작가 데뷔 ▲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집필 ▲ 2007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 ▲ 2013년 tvN 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 2016년 MBC 더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