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마야(맨 오른쪽). 사진제공|현대건설
● 급할수록 돌아간 결과는 복덩이 마야 선택
막막했지만 구단 상층부의 생각은 달랐다. 단장과 부단장은 “언제든지 선수는 바꿔줄테니 급할수록 신중 또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시즌 도중 부상당한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필리핀에서 대체 외국인선수 소냐를 급히 데려왔지만 효과가 좋지 못했던 교훈을 잊지 않았던 지시였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영입가능 선수의 영상을 수십번 다시 돌려봤다. 마야는 무려 6번이나 경기영상 확인과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 등을 참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3명의 각자 소속구단에 이적가능 여부를 물었다.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이적료를 요구했다. 사무국장은 먼저 터키로 날아갔다.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를 시작해보자는 용감한 생각이었다. 안되면 메이필드가 뛰는 스위스로 이동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 한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닿았던 마야
마야도 한국행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입었던 옷을 가져갈 정도였다. 외국인선수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이정철 감독도 선뜻 옷을 벗어줬다. 마야는 이정철 감독에게 답례로 맥주 6병을 선물했다. 그만큼 외향적인 성격으로 스스럼이 없었다. 한국과 V리그를 유독 좋아했다. 꼭 V리그에서 뛰고자 했던 마야는 비록 트라이아웃에서는 한국행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현대건설의 이적제의가 오자 즉각 간다고 했다.
● 기량보다 더 중요한 팀의 선수로 녹아들다
11월24일 IBK기업은행과의 2라운드에서 V리그 데뷔전을 가진 마야는 갈수록 복덩어리였다.
시작은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었다. 팀의 터줏대감 황연주와의 공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는 IBK기업은행의 어나이와 에이전트(진용주 대표)가 같다. OK저축은행의 요스바니도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 3명이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마야의 영입과정에서도 에이전트는 큰 역할을 했다. 진용주 대표는 계약을 마치면 뒷일은 잘 챙기지 않는 몇몇 외국인 에이전트와는 달랐다. 항상 선수의 경기 때나 훈련장을 찾아다니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에 힘든 점을 묻고 도울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섰다.
선수가 외로워하거나 하소연을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데리고 나가서 밥도 사주면서 상담을 해줬다. 머나먼 객지에서 외국인선수가 의지할 사람은 에이전트뿐인데 진 대표는 가족처럼 이들을 대하면서 최고의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런 배려가 마야를 갈수록 더 무시무시한 선수로 만들었다. 이제 한국생활이 익숙해진 마야는 쉬는 날이면 화성까지 가서 어나이의 경기를 보며 응원도 하고 함께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선수는 코트 밖에서의 생활이 편해야 경기 때 전력을 다한다. 이 또한 중요한 교훈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