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김병지, “다이내믹한 인생을 사는 이유는…”

입력 2019-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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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골키퍼로 명성을 떨쳤던 김병지는 은퇴 후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스스로도 “(지금의 방향이 맞는지)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심사숙고하며 미래를 만들고 있다”며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다짐했다. 구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문화재단 이사장 활동과 유소년축구센터 및 전문치료센터 운영, TV해설위원, 심지어 유튜브 프로그램 제작까지….

한국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49)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양한 직함과 역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직업을 한 가지만 콕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축구선수가 제2의 인생을 개척한다고 했을 때 ‘지도자’를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김병지의 행보는 달랐다. 초록 그라운드에서 톡톡 튀는 플레이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그답게 여러 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가끔 혼란스럽긴 하다. 과연 자신이 정상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큰 틀에서는 축구사랑을 실천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시선에서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최근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병지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지금의 방향이 맞는지)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와 행복, 의미를 찾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축구계에서 김병지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얼마 전에도 4, 5군데에서 다양한 제의가 들어왔다. 지도자와 행정가, 집행부 임원 등 범위도 다양했다. K리그의 모 구단은 단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품은 ‘축구단 구단주’에 한 걸음 다가설 좋은 기회였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직은 더 경험을 쌓을 시기라는 판단을 했다.

김병지는 “30대 중반부터 은퇴 준비를 했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려 했고, 내실 있는 삶을 그려갔다. 나름 만족스럽게 인생을 풀어가고 있다”며 “아마 다음 행선지는 축구 행정가가 될 것 같다. 심사숙고하며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지. 스포츠동아DB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선배로서 후배를 양성해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다. 평범한 궤도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니까. (정체성에 혼란이 왔나?) 그건 아니다. 유소년클럽과 재단운영, 해설위원 및 유튜브 활동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이다. 다만 뭔가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헷갈린다’고 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꽁병지tv’가 굉장한 화제다.

“적어도 5년은 버틸 수 있다. 요즘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시장이 끊임없이 열리지만 나름대로 전망이 있다. 항상 변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관계는 불변의 진리다.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금세 무너진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떤 취지에서 유튜브 채널을 기획했나?


“선수 시절에는 그저 목표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데 머물렀다. 은퇴하고 보니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더라. 특정 플랫폼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컨텐츠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사실 2016년부터 채널을 준비했는데, 좋은 PD를 구하지 못해 보류하고 있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안착하게 됐다.”

-‘꽁병지tv’만의 특색이 있다면?

“전문성이다. 현영민, 김형범(이상 축구), 박명환(야구) 등과 호흡을 맞추는데 모두의 선수생활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국가대표 경력도 있고 나름 괜찮은 커리어를 보내면서 대한민국의 축구 국가대표는 한 번쯤 게스트로 초청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됐다. 각자가 경험한 피치 안팎의 다양한 뒷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말로 풀어가면서 딱딱한 형식을 벗어났다. 신뢰감과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다.”

김병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도자에 대한 회의가 있었나?

“조금은 그랬다. 구단에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지도자가 꾸준한 철학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기회를 주면 좋겠지만 요즘 우리 지도자들은 부침이 심하다.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다고 할까? 그건 내가 그린 이상과 목표와 다르다. 누굴 탓하는 게 아닌, 방향의 문제다. 여러 일을 할 수 있는데 우선의 선택지가 1, 2년에 불과하다면 꿈의 실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 스포츠동아 인터뷰에서 ‘골키퍼 출신 프로 감독’을 언급했다.

“지금도 생각하는 부분이다. 포지션의 한계를 넘고 싶다. 골키퍼 코치에 국한된다면 다른 생각이 필요하겠지만 감독은 꼭 경험하고 싶다. 좋은 지도자가 무엇인지, 이상적인 리더가 어떤지를 직접 체득할 필요도 있다. 전략·전술을 짜고, 조직을 다져나가면서 팀 컬러를 구축해보면 현장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2~3년 내에 P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해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할 계획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은퇴하면서 최대 목표만 정한 상태였다. 구단주로 향하는 과정을 전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단 업무를 원활하게 하려면 스포츠산업과 스포츠비즈니스, 조직생리, 대내외적인 관계형성, 여론과의 소통까지 전부 해내야 한다. 당연히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FC서울 입단 첫해 시작한 유소년클럽 운영도 직접 관여한다. 모든 교육에 참여한다. 한 가지를 콕 짚어낼 수 없어도 가장 뿌듯한 순간은 좋은 선수들이 자신을 우리 축구교실 출신이라고 밝힐 때다.”


-요즘 한국축구는 어떻게 바라보나?

“긍정적인 흐름을 탔다. 세대교체의 기반도 잘 마련됐다. 이승우, 이강인, 정우영 등 영건들이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K리그의 하향평준화 물결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빈약한 자금력에 항상 어려움을 겪는 팀들을 봐도 안타깝다. (구단주가 되면) 돈도 끌어내고 알찬 운영을 하는 팀을 구축하고 싶다. 쉽지 않겠으나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팀을 만들려 한다.”


● 김병지는?


▲ 생년월일=1970년 4월 8일 ▲ 신체조건=신장 182㎝·체중 82㎏ ▲ 출신교=알로이시오 기계공고 ▲ 프로경력=K리그 통산 706경기 754실점(3득점)·울산 현대(1992~2000년), 포항 스틸러스(2001~2005년), FC서울(2006~2008년), 경남FC(2009~2012년), 전남 드래곤즈(2013~2015년) ▲ 국가대표경력=A매치 61경기 72실점(1996년 UAE아시안컵,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 ▲ 주요 수상경력=체육훈장 맹호장(2002년), K리그 대상 특별상 6회, K리그 베스트11(4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2회 ▲ 주요 활동=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 축구해설위원

구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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