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완장의 무게 견뎌라! 2019년 10인10색 주장들

입력 2019-02-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이재원-두산 오재원-한화 이성열-키움 김상수-KIA 김주찬(위·왼쪽부터)-삼성 강민호-롯데 손아섭-LG 김현수-KT 유한준-NC 나성범(아래·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캡틴, 그 완장의 무게를 견뎌라!

프로야구단에서 주장은 ‘일꾼’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때로는 선수단을 대표해 코칭스태프나 프런트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반대로 선수단의 기강을 잡기 위한 쓴 소리도 주장의 몫이다. 구단의 공식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주장 자리를 완곡히 고사하기도 한다. 주장이 소홀하면 선수단의 분위기가 해이해지기 십상이기에 선정 자체도 구단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SK 와이번스가 3일 주장을 이재원으로 정하면서 2019시즌 10개 구단 ‘캡틴’의 면면이 확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주장직을 연임한 이는 세 명이다. 바꿔 말하면 일곱 명의 ‘뉴 캡틴’이 2019시즌을 수놓는다. 10개 구단의 10인10색 주장의 면면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 구단의 새 역사 쓴 캡틴들

올해는 유독 주장과 관련된 새 기록이 많다. 이재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완장을 차며 SK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2000년 창단한 SK에서 주장 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완, 이호준, 김재현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김재현(2006·2010년), 박정권(2012·2017년)이 두 차례 완장을 찼을 뿐 연임은 없었다. 이재원 역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데뷔 이후 처음 주장 완장을 찬 김상수(키움 히어로즈)는 구단 역사상 첫 투수 주장이라는 의미까지 부여받았다. 아울러 10개 구단의 올해 주장들 중 유일한 투수다. 야수에게 주장을 맡기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장정석 감독은 “주장은 책임감, 팀에 대한 애정,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다. 김상수는 이를 두루 지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김상수는 스스로를 “잔소리가 많은 타입”이라고 칭했다.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그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야구를 한 탓에 소통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후배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분위기를 앞장서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의 주장으로서 제격이라는 평가다.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도 구단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와 책임을 강하게 따져왔다. 역대 주장들을 살펴봐도 ‘삼성 맨’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합류한 강민호는 롯데 자이언츠 색이 강했지만 입단 2년 만에 완장을 차게 됐다. 이적 3년을 넘기지 않은 이가 삼성 주장을 맡은 것은 2000년 김기태(삼성 2년차·현 KIA 타이거즈 감독)에 이어 강민호가 두 번째다. 그만큼 삼성 역사상 파격적 선택이다. 하지만 투수와 야수를 아우르는 강민호의 리더십을 고려하면 적임자다.


● 구관이 명관vs첫 주장의 새 바람

오재원(두산 베어스)과 김주찬(KIA) 역시 또 다시 선수단 꼭대기에 섰다. 2015년 데뷔 첫 완장을 찼던 오재원은 2017시즌 중반 임시 주장, 지난해 주장에 이어 또 한 번 리더가 됐다. 올해까지 최근 5년 중 4년을 주장으로 보내는 셈이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두산 화수분을 한데 묶는다는 평가가 따른다.

김주찬은 2017년부터 무려 3년 연속 주장이다. 전임 이범호(2015~2017년)의 길을 그대로 밟는 셈이다. 2012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그는 이제 어엿한 ‘타이거즈 맨’이다.

일곱 명의 새 주장들 중 생애 처음으로 ‘공식 캡틴’이 된 이들은 무려 여섯 명이다. 앞서 언급한 김상수를 비롯해 이성열(한화 이글스), 손아섭(롯데), 김현수(LG 트윈스), 유한준(KT 위즈), 나성범(NC 다이노스)이다.

이성열은 지난해 임시 주장에 이어 올해 정식 주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갑작스레 완장을 찼음에도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나성범도 비슷한 케이스다. NC는 지난해 손시헌을 주장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부상으로 박석민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지만, 역시 1군 출장이 적어지면서 나성범이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리더십을 인정받은 나성범은 올해 첫 정식 주장으로 발돋움했다.

김현수는 LG 이적 2년 만에 주장이 됐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을 맡은 적은 있지만 클럽에서는 처음이다. 김현수는 “주장이 됐으니 타격왕 2연패 같은 개인 목표보다 LG의 가을야구에만 신경 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상문 감독은 부임 직후 손아섭에게 주장을 맡겼다. 앞선 2년간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이대호는 중책을 내려놓고 개인 성적에 집중한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왕도를 걷는 손아섭의 주장 완장 역시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최고참급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 송승준, 손승락 등 베테랑들이 손아섭의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유한준은 아마추어 시절을 통틀어도 생애 처음으로 주장을 맡게 됐다. 상무 시절 ‘짬밥’으로 1년간 리더 역할을 했을 뿐이다. 히어로즈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이강철 감독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했던 유한준은 캐릭터 자체를 바꾸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