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주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남긴 빛과 그림자

입력 2019-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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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경기장 사후관리가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년 2월 9일은 평창동계올림픽이 공식 개막한 날이다. 1988서울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열린 두 번째 올림픽이자 첫 동계올림픽에 쏠린 관심은 엄청났다. 그만큼 비난의 목소리도 컸지만, 애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가 발표한 누적관객 수는 141만1146명에 달했고, 개회식에서 남북이 손을 맞잡고 등장하는 등 ‘평화 올림픽’이라는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 평창올림픽이 남긴 빛과 그림자는 뚜렷하다. 동계종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과거에도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잠시 동계종목이 조명 받곤 했지만, 지금은 그 관심도가 과거와 다르다. 종목 경쟁자들의 기량도 급상승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남긴 유산이다. 그러나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 빙상계 논란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수두룩하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동계스포츠 강국 입증, ‘흑자올림픽’에 화색

한국 선수단은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며 종합 7위에 올랐다. 2010밴쿠버올림픽(14개)의 그것을 뛰어넘은 역대 최다 메달(17개)이었다. 대표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과 빙속의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알파인 스노보드, 컬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은)을 따낸 이상호(CJ제일제당)는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연이 알려지면서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적자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로 바꾼 것도 수확이었다. 흑자 올림픽의 척도로 볼 수 있는 후원 기여금은 목표했던 9400억 원 대비 118.3%인 1조1123억 원을 확보했다. 대회 입장권도 목표했던 106만8630장을 넘어선 107만8562장을 판매했다. 목표 대비 판매율은 100.9%였고, 입장권 판매수입은 1573억 원에 달했다. 매일 긴 줄이 늘어섰던 기념품 판매점 ‘평창 슈퍼스토어’는 개막 후 열흘간 매출만 300억 원에 달했다.


● 남북이 함께한 평화올림픽

결성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남북 단일팀도 큰 감동을 안겼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경기장에는 한반도기가 등장했고, 북측 응원단의 일사불란한 동작 하나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처음에는 단일팀 구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했다는 비난이 쇄도했고,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남측 선수들이 출전시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이 결정에 큰 상처를 받은 남측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선수들은 곧 ‘원 팀’으로 뭉쳤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카누 용선, 조정 등 이후 국제대회 연이은 단일팀 구성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었다.

전 국가대표쇼트트랙 조재범 코치. 스포츠동아DB


● 끝나지 않은 빙상계 논란

평창올림픽 개막을 20여일 앞둔 2018년 1월 16일,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한국체대)가 진천선수촌을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조재범 당시 대표팀 코치의 상승 폭행이 발단이었다. 빙상연맹은 부랴부랴 조 전 코치를 명단에서 제외하고 박세우 경기이사를 코치로 합류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논란은 올림픽 이후 일파만파로 번졌고, 조 전 코치의 성폭력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빙상계가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 심석희는 컨디션을 회복하며 6차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고, 상습상해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코치는 조사 과정에서 성폭력 혐의가 인정돼 7일 검찰에 송치됐다.

빙속 김보름과 노선영의 진실게임도 끝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 혼자 뒤처져 골인한 뒤 촉발된 이 사태는 지금도 미제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첫 주자로 달리던 김보름이 노선영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으나, 노선영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탓에 여론이 뒤집혔다. 김보름이 비난에 따른 충격으로 사흘 동안 햄버거 한 조각만 먹고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낸 사연이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들은 고스란히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빙상계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전 연맹 부회장은 국정감사에 불려나갔다.


● 경기장 사후 활용 어떻게?

가장 우려했던 경기장 사후활용 여부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에 건립된 경기장 대부분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8~2019시즌 쇼트트랙 4차월드컵 강릉 개최권을 포기하는 등 이렇다 할 국제대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화려한 시설로 호평을 받았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은 운영 주체조차 정해지지 않아 국제대회 유치 추진을 논의할 대상 자체가 없다. 썰매 종목 경기가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도 마찬가지다.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이 번듯한 훈련장을 보유하고도 국내에서 훈련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시설이 기념재단으로 귀속돼 운영 주체가 생긴다”며 “국민의 세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는 9일부터 평창올림픽 1주년을 기념에 각종 행사를 연다. 같은 날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는 1주년 기념식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김연아와 이상화 등이 참가하는 1주년 대축제가 열린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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