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업’ 야구가 급변한다…KBO도 변화 준비 중

입력 2019-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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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가 알던 야구가 달라지고 있다.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의 재미’라는 말과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이 사라질지 모른다. ‘지루한 스포츠’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통을 포기하는 것이다. 세계야구의 추세에 맞춰 KBO리그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 늘어나는 경기시간, 사라진 완봉·완투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래틱’의 켄 로젠탈은 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투수가 한 번 등판하면 최소 세 타자는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을 선수노조에 제안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선수노조는 반대급부로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로젠탈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MLB에서는 수년째 경기당 등판 투수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한 팀 평균 3.98명에서 2015년 4.11명~2016년 4.15명~2017년 4.22명~2018년 4.36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다. 선발투수를 제외하면 경기당 세 명의 불펜투수가 등판한 꼴이다.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2014년 4.28명~2015년 4.33명~2016년 4.45명~2017년 4.19명~2018년 4.35명으로 매년 경기당 한 팀 평균 등판투수가 4명을 훌쩍 넘었다.

‘불펜야구’가 득세하면서 완봉과 완투는 자연스레 급감했다. 2014년 완투 118회, 완봉 65회를 기록했던 MLB는 지난해 42완투, 19완봉에 그쳤다. 5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27완투, 12완봉이 나왔던 KBO리그도 지난해는 17완투, 4완봉에 머물렀다. 그 자리를 불펜투수가 메운다는 것은 곧 투수교체의 증가를 의미한다. 경기시간 증가는 당연한 결과다.

MLB의 평균 경기시간은 20세기까지 3시간의 벽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년을 살펴보면 2015년(2시간56분)을 제외하고 4년에 걸쳐 3시간을 넘겼다. 그나마 지난해 3시간00분으로 살짝 줄었지만, MLB 사무국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2시간대 중반으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취임 직후부터 경기시간 단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동 고의4구 도입, 마운드 방문 제한 등 규제를 늘렸지만 실효는 없었다. ‘투수 등판 시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하게 되면’ 왼손 스페셜리스트 등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앞선 시도들에 비해 훨씬 더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여겨진다.


● 이제 야구는 7회말 2아웃부터?


타자를 1루로 걸어 나가게 하기 위해 일부러 볼 4개를 던지던 광경은 이제 과거 자료로만 볼 수 있다. 이번 MLB 사무국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한 타자만 상대하고 강판되는 투수 역시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알던 야구가 점차 달라지는 셈이다.

사실 야구는 생물처럼 꾸준히 변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국제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연장전에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의 묘미’가 사라졌지만 연장전이 늘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2020년 23세 이하(U-23) 야구월드컵부터 정규이닝을 9이닝에서 7이닝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은 이제 ‘7회말 2아웃’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비디오 판독 도입, 2루 및 홈 충돌 방지법 등 수년간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대부분의 개혁은 경기시간 단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운찬 KBO 총재. 스포츠동아DB


● “한국형 스피드 업이 목표”

세계야구의 추세가 그렇듯 KBO리그도 경기시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8분이다. 2012년(3시간11분) 이후 처음으로 3시간10분대 진입에 성공했지만 빅리그와 비교하면 18분이 더 길다. 정운찬 KBO 총재 역시 스피드 업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MLB의 변화 소식을 접한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7일 “팀장급 이상 직원들과 해당 내용을 전부 공유했다. 산업화에 가장 적극적인 MLB다운 조치였다. 팬들이 야구를 게임으로 즐기도록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서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느낀 점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MLB의 방식을 고스란히 답습할 생각은 없다. 장 총장은 “이번 변화는 자동 고의4구나 비디오 판독 도입 등과는 다르다.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인 부분이다. 우리 야구계의 사정 및 엔트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프로야구는 팬 확보가 최우선이다. KBO도 이를 위해서는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형 스피드 업을 고민 중이다”고 강조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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