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인구, 감독의 작전능력도 새 시험대

입력 2019-0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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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 “시뮬레이션 결과 SK의 홈런 숫자는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득점력 자체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이미 결정했다”

KBO리그는 2019시즌 매우 중요한 변화를 선택했다.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조정했다. KBO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홈런 숫자를 줄이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반발계수 허용범위를 0.4134~0.4374에서 일본프로야구와 같은 0.4034~0.4234로 낮췄다.

홈런의 시대가 막을 내릴지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각 팀 감독들은 이미 다양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2008년 KBO리그는 504경기에서 646홈런, 987개의 도루가 기록됐다. 홈런보다 도루의 숫자가 훨씬 높았다. 10년 뒤인 2018시즌 KBO리그에서 기록된 홈런은 720경기에서 무려 1756개다. 도루는 928개였다. 홈런의 숫자가 도루보다 훨씬 많다. 도루는 10년 전 8개 구단 체제에서 나왔던 숫자보다도 오히려 감소했다. 그만큼 전체 득점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리그 전체 타점 7581점에서 홈런으로 생산된 타점이 2998점에 달했다. 홈런이 펑펑 터지는 리그에서 감독들은 도루 사인을 적극적으로 낼 이유가 없었다. 2008년 팀 별 경기당 도루 시도는 1.42번이었다. 2018시즌은 0.93으로 경기당 평균 한 번도 되지 않았다.

두산 정경배 타격코치.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그러나 새 공인구는 여러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시뮬레이션 결과 SK 홈런숫자가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미 감소된 홈런 숫자만큼의 득점생산능력을 만회할 수 있는 다양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정경배 타격코치는 “새 공인구는 타구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그에 따라 여러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홈런이 감소하고 타구속도가 느려지면 병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에 맞춰 수비 시스템은 더 정교하고 과감한 시프트로 진화될 수 있다. 공격파트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전과 기동력이 필요하다. 공격의 시작인 타선 구축부터 달라져야 한다.

감독의 경기운영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선취점에 대한 중요성, 그에 따른 불펜 운용, 수비 시프트에 대한 판단, 희생번트와 도루의 갈림길 등 홈런의 시대보다 한층 더 복잡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조범현 전 감독은 KIA 타이거즈 사령탑 시절 익숙하지 않은 제2홈구장인 군산경기 스케줄이 잡히면 전광판의 숫자 구성을 몇 번씩 확인하곤 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다음, 그 다음 상황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전광판에 있는 정보를 빨리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다. 잠시 머뭇거리고 다시 확인하는 사이에 이미 준비가 늦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투고타저리그의 경기는 타고투저에 비해 감독의 작전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새 공인구가 불러온 새로운 감독들의 시험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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