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 ‘10년만의 마무리 도전’ 삼성 우규민이 털어놓은 진심

입력 2019-02-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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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이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다시는 마무리투수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죠.”

2019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불펜은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필승계투조의 일원이었던 심창민(26)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고, 2018시즌 70경기에 등판해 허리를 든든하게 받친 최충연(22)은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핵심 계투요원 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느냐에 삼성의 운명이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장필준(31)과 우규민(34)을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필준과 우규민은 삼성 마운드에서 베테랑으로 분류된다. 특히 우규민은 권오준(39)과 윤성환(38)에 이은 서열 3위다.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무형의 가치’도 보여줘야 할 때다.

그에 따른 책임감도 크다. 아직 보직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10년 만의 마무리투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짐을 짊어진 셈이다. LG 트윈스 시절인 2007시즌 30세이브를 올리는 등 한때 특급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2009시즌 중반 이후 잠시 내려놓았던 보직에 재도전하는 우규민의 진심을 20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 2019시즌 마무리투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확실한 것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2019시즌을 준비한다. 감독님께서는 ‘불펜에서 뒤쪽(경기 후반)’이라고 말씀하셨다.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과거에 준비했던 것과 다름없이 같은 패턴으로 준비했다.”

- 정확히 2009년 이후 10년만의 마무리 도전이다.

“내가 10년 전에 마무리투수로 뛰었고, 경찰야구단 전역 후(2012시즌) 선발로 보직을 바꾸면서 ‘다시는 마무리투수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 보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뒤로 가게 된다. 마무리투수는 정말 힘든 게 많은데,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패기로만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노련미와 경험을 토대로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 마무리투수 시절 짊어졌던 부담과 책임감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오히려 지금이 더 크다. 과거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가 경기를 매조져야 한다는 ‘불도저’ 같은 마음가짐 뿐이었다. 나이도 어렸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렇게 던졌을까’ 싶을 정도다. 블론세이브도 많이 했고,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직접 와닿는 비난의 강도 자체가 다를 것이다.”

- 마무리투수로서 느끼는 압박은 셋업맨과는 또 다를 것 같다.

“쉽게 생각해보자. 셋업맨은 내 뒤에 투수가 있지만, 마무리는 그렇지 않다. 아무도 없다. 9회에 경기를 끝내야 한다. 물론 셋업맨도 압박을 느끼겠지만, 마무리투수의 무게감과 압박감은 분명 다를 것이다.”

- 경쟁 중인 후배 장필준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투수다.

“(장)필준이와는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정보공유도 많이 한다. 필준이가 후배지만,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 경쟁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친한 형과 동생 사이로 지낸다. 내가 필준에게 경험을 전수하기보다는 서로 궁금한 점들을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시너지효과도 기대한다. 솔직히 둘이서 ‘누가 마무리고, 누가 셋업이냐’에 대한 얘기는 해본 적도 없다. (최)충연이와 (심)창민이가 불펜에서 빠졌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막아야 한다. 올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도 ‘이기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이기자’는 것이다. 이기고 있는 경기는 확실히 지킬 수 있게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어느새 17년차 베테랑이다. 투수로서 철학이 궁금하다.

“내 공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야 하고, 공을 던지는 리듬도 일정해야 한다. 시속 130㎞짜리 직구로도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배짱도 필요하다. 그 3가지는 항상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실전에선 타자와 승부할 때 냉정함과 잔인함이 필요하다. 야구를 하면서 후배들이 많이 생겼는데, 야수들도 있지 않나. 친한 후배가 타석에 서면 나도 모르게 마운드에서 약해질 때도 있었다.

몸쪽을 던지라는 사인이 나왔을 때, ‘몸에 맞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부분을 없애기 위해 냉정함과 잔인함을 항상 머릿속에 새긴다.”

- 마무리투수에게는 빠른 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10년 전 얘기를 하자면, 내 공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몸쪽 승부를 많이 했다. 실제로 바깥쪽 승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타 구단에서 ‘네 투구 습관은 몸쪽 직구’라고 했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그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범타가 아닌 장타가 증가한 탓에 실패한 기억도 난다. 최고구속이 130㎞든 150㎞든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130㎞ 직구를 한가운데 던져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고, 아무리 빠른 공도 안타를 맞을 수 있는 게 야구다. 공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 이번 캠프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기술적으로 크게 생각한 것은 없지만, 2018시즌 직전보다 몸 상태가 좋다. 올해는 지난해에 못 했던 운동들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층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확실히 준비해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본부터 지키는 게 중요하다.”


- 2019시즌의 목표는.

“우선 비난 댓글이 줄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당연히 2018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내서 144경기 이상 야구할 수 있게 하는 게 모두의 소망이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 등판하면 무조건 이기자’고 강조하고, 때론 강요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다. 이기고 있는 경기는 무조건 잡겠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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