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리포트] 감독의 굳건한 신뢰에도…‘우주 최강’ 커쇼 향한 우려

입력 2019-02-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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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령탑의 신뢰는 굳건하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주 최강’ 클레이튼 커쇼(31·LA 다저스)의 어깨가 심상치 않다.

LA 에인절스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가 열린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다저스 클럽하우스는 평소에 비해 다소 가라앉았다. 선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훈련 준비에만 매진했다. 커쇼가 훈련 일정을 중단한 뒤로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됐다.

커쇼는 19일 라이브피칭, 21일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하지만 22일 “느낌이 안 좋다”는 이유로 훈련을 쉬었다. 급기야 23일에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그에게 휴가를 줬고, 실내훈련을 마친 뒤 귀가했다. 24~25일 이틀간은 웨이트 트레이닝만 소화했다. 커쇼는 23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 이대로는 시즌 준비가 제대로 안 될 것 같다”고 밝힌 뒤 훈련장을 떠났다. 로버츠 감독에 따르면 커쇼는 마지막 투구훈련이었던 21일 불펜피칭 직후 한껏 풀죽은 모습이었다.

25일 로버츠 감독에게도 커쇼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처음으로 커쇼의 훈련 중단 원인을 밝혔다. 문제는 어깨였다. 그는 “보고상으로 그의 어깨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까지는 필요 없다. 시즌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결코 아니다”며 “웨이트 트레이닝만 소화하고 있지만 기죽은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고 위안 삼았다. 이어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다”고 덧붙였다.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318경기에서 2096.1이닝을 소화했다. 해마다 190이닝씩은 소화한 셈이다. 몸이 멀쩡할 리 없다. 징후는 구속에서 나타났다. 커쇼의 속구 평균구속은 2015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2051년 평균 94.3마일(약 151㎞)에서 지난해 91.4마일(약 147㎞)까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평균(92.7마일)에도 못 미쳤다. 로버츠 감독은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한 욕심이 불편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도 “커쇼는 속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이 뛰어난 투수”라고 강조했다.

커쇼는 곧 다저스의 상징이다. 로버츠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커쇼를 개막전 선발이라고 공언했다. 2011년에 이어 9년 연속 기록이 이어질 듯했다. 하지만 일정을 중단하면서 기록 행진이 멈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버츠 감독이 “커쇼는 여전히 개막전 선발”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주 최강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커쇼는 올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저스 마운드에 시작부터 노란불이 켜졌다.

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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