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혜 백혈병 진단 때도 당당·의연…” 코카콜라 특별상 영광

입력 2019-02-25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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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혜 백혈병 진단 때도 당당·의연…” 코카콜라 특별상 영광

25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특별상 수상자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등장하자 장내가 엄숙해졌다. 수상자는 지난해 11월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故(고) 이민혜다.

“어머니에게 연금을 안겨드리고 싶다”는 이유로 중고 자전거를 장만해 사이클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민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사이클 개인추발 금메달, 포인트레이스 은메달로 빛을 봤다. 2008년 찾아온 갑상선암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 개인추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환희의 시간은 그러나 길지 않았다. 이번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이민혜를 괴롭혔다. “다시 일어나 사이클을 타겠다”며 병마와 싸웠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이민혜의 어머니인 최강희 씨와 언니 이혜진 씨가 참석했다. 울먹이는 엄마와 이제는 영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웃고 있는 동생을 대신해 이민혜 언니 이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민혜 언니 이 씨는 “(동생 이민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스로 사이클을 선택했고, 꼬박 20년을 탔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운동 선수가 평소 자신과의 싸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옆에서 봤다. 처음 백혈병 진단 받았을 때 너무 당당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랐다. 이것만 이겨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고, 끝까지 꿈을 꿨다. 누구보다 사이클을 사랑했고, 열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민혜의 상태는 투병 초기부터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민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힘들다는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이민혜 언니 이 씨는 “(이)민혜는 잘 몰랐지만 처음부터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 번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잘 버텼다. 교수님께서도 ‘국가대표 운동 선수의 몸과 정신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하시더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 씨는 “민혜를 기억해주고 이름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주신 상을 민혜 옆에 잘 두겠다”는 이 씨는 “비록 하늘로 레이스를 떠났지만 꽃길을 깔아주시고, 배웅해주신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동생을 기리는 이씨의 수상 소감에 함께 자리한 동료 체육인들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수상자로 나선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고인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홍명보 전무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같은 현장에 있었더라. 만나진 못했지만 선수촌에서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마음이 아팠다”면서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축구대표팀이 직접 방문해 쾌유를 빌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김학범 감독님이 흔쾌히 승락해줬다”고 했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축구대표팀 선수단은 이민혜가 머물고 있던 병원으로 달려가 기운을 불어넣었다.

홍명보 전무는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가 많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가 지속됐으면 한다”고 청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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